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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발생과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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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름철은 질병 중 설사가 가장 흔한 때이다. 각종 전염병의 창궐도 중요하지만 더위로 몸의 여러 가지 장기의 조화와 균형이 쉽사리 흐트러지기 때문에 자칫 설사가 나게된다. 흔히들 『설사쯤 항생제나 먹으면 되겠지』하고 가볍게 생각하나 특히 여름철 설사는 아주 위험한 증상이다.
모회사 전무인 M씨는 약 l개월 전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설사가 계속돼 회사 근처 약국에서 지어준 약을 복용했으나 좀처럼 멎지 않고 2주일이나 고생하다가 서울의대부속병원 내과교수 김정룡 박사로부터 알레르기성 설사로 진단 치료를 받고 완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설사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고생하는 것보다 재빨리 설사의 원인을 규명,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박사는 강조한다. 설사는 질환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증상이기 때문이다.
아메바가 원인이 되어 나는 설사인데도 세균성 이질로 생각해서 고생한 환자의 예도 흔하다. 아메바성 이질은 단순한 항생제 치료로 치유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김 박사에 의하면 아무리 심한 설사일지라도 그 원인이 제거되고 원인질환이 치료되면 멈추게 마련이라는 것. 예를 들어 알레르기성 설사인 경우에는 항원이 되는 음식을 제거하기만 하면 별달리 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씻은듯이 치료된다는 것이다.
설사는 장내에서 수분의 분비와 배설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에 장애가 와 대량의 수분이 대변으로 빠져나가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탈수현상이며 설사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영양실조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설사의 치료원칙은 지나치게 많이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해서 탈수현상을 막고 영양실조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둔다. 수액요법과 식이요법이 설사 치료의 주류를 이루며 그 외에 필요에 따라 적합한 항생제와 신경 안정제 및 진정제가 투여되기도 한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심한 설사로 인한 탈수현상은 때때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므로 수액요법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설사가 갑자기 시작되면 처음 24∼48시간동안은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위장으로 하여금 일시적이나마 휴식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이때에 설사로 빠져나간 영양분이나 수분은 주사로 보충하도록 한다.
고려병원 내과과장 이상종 박사는 설사가 과히 심하지 않으면 소금을 약간 섞은 보리차와 설탕물을 마시고 음식은 자극성 없는 유동식 즉 미음·야채즙·과즙·쇠고기즙 등을 먹도록 권유한다. 설사가 좀 멎었다고 해서 곧 지나치게 찬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위장운동이 촉진되어 설사가 재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가 오랫동안 지속된 경우에는 비타민이 결핍되기 쉬우므로 오렌지 주스나 토마토 주스 등 과일즙이나 신선한 야채즙을 마시도록 한다.
우유·달걀·생선·육류 등은 알레르기성 설사의 원인이 되는 식물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박사는 동양인에게는 선천적으로 유당분 해효소가 부족해서 우유가 설사의 주요한 원인일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위생처리가 잘 안된 음식을 먹거나 집 주위가 불길하면 장질부사·이질·식중독 등으로 설사의 위험이 높다. 그리고 덥다고 해서 찬 음식을 갑자기 먹거나 자면서 배를 내놓는다든지 하면 장운동이 촉진되어 설사를 하기 쉬운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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