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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거장 「이고르·스트라빈스키」 그 생애를 둘러싼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 세상을 떠난 20세기의 거장 「이고르·스트라빈스키」의 생애를 둘러싸고 최근 미국 악단내에서 새로운 논쟁이 일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가강 측근이었던 음악가 「로버트·크래프트」(48)가 새로 낸 전기에 대해 한때 「스트라빈스키」의 「매니저」였던 「릴리언·리브먼」 여사(59)가 반론을 폄으로써 표면화된… 이 불씨는 수십년 동안 없었던 악단의 가장 심각한 논쟁 중의 하나로 발전할 것 같다.
「스트라빈스키」의 생애에 관한 기록은 「베토벤」이후 어느 작곡가보다 많이 남아있다. 이것은 순전히 23년 동안이나 「스트라빈스키」와 같이 생활한 「크래프트」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경을 끼고 우스꽝스러운 얼굴의 「크래프트」는 「스트라빈스키」되 연습 지휘자·조수·비서·서기, 매르는 아들 노릇까지 했다. 그는 더우기 「스트라빈스키」의 많은 잡지원고들과 반 자전적인 6권의 책을 써내기도 했다. 또 지난주에는 『「스트라빈스키」-우정의 역사 1948∼1971』(「크노프」사 12「달러」50「센트」)을 내기도 했다. 「크래프트」는 이와같이 특이한 음악적·문학적 협력을 통해 「스트라빈스키」의 「이미지」를 메뚜기처럼 명랑하며, 심술궂을 정도로 익살꾼이며, 지세로 축을 때까지 항상 새르운 말과 사상·음악을 추구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리브먼」여사는 「크래프트」가 심어놓은 이러한 「이미지」의 진실성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오는 가을 『닫혀진 음악- 「스트라빈스키」의 만년』이란 제목 회고록을 출판할 「리브먼」여사는 『「스트라빈스키」는 실제로 말을 매우 조심하며 화를 내지않고 「크래프트」와의 협력을 좋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그는 「스트라빈스키」의 말은 하나도 「스트라빈스키」의 것이 아니고 「크래프트」 의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소문과 같이 「스트라빈스키」가 현대 음악에 예리한 관심을 보였는가하는 점과 또 그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두 「레코드」의 신빙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같이 「리브먼」여사가 반론을 일으키자 작곡가며 「뉴요크·필하모닉」의 지휘자인 「피에르·불레즈」가 여기에 찬동하고 나섰다. 「스트라빈스키」와 「스트라빈스키」 음악에 관한 권위자로 알려진 「불레즈」는 『「스트라빈스키」의 「이미지」를 크게 조작했다』고 「크래프트」를 비난했다.
「뉴요크·타임스」의 음악 평론가 「도널·해넌」은 「크래프트」가 음악사에 남을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역사가로서, 전기작가로서의 진실성이 결여돼있다』고 비평했다.
그러나 「크래프트」와 같은 「아파트」 에 살고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미망인 「베라」여사(80)는 「크래프트」가 말하는 「스트라빈스키」가 바로 자신의 「스트라빈스키」 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또 「크래프트」는 「리브먼」여사의 주장에 대해 측근도 아닌 일시적 고용인으로서의 근시안적 생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크래프트」가 「스트라빈스키」의 마음과 음악적 습성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스트라빈스키」가 망명생활을 할 때 처음 만나 많은 신임을 받았고 그후 23년 동안이나 그를 도와왔다. 『우리들의 언어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나는 「스트라빈스키」의 부인보다도 그에게 가까울 수 있었다』고 「크래프트」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크래프트」는 그가 최근 20년 동안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작곡하거나 개작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크래프트」는 「스트라빈스키」의 지휘업무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노인의 「개런티」를 1회 연주에 8천 「달러」로까지 올렸으며 20년 동안 「스트라빈스키」의 모든 「리허설」을 이끌었고 청중이 있을 때만 「바통」을 그에게 양보했다.
한때 「쇤베르크」의 연구조수로 있기도 한 「크래프트」는 고전음악과 「베베른」「바테즈」 등의 초 현대음악의 지휘자로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또 다음주 「뉴요크」의 「링컨·센터」에서 「스트라빈스키」의·음악을 지휘할 계획이다. 「컬럼비아」사에서 나온 2개의 「스트라빈스키」의 「레코드」가 실제로 「크래프트」에 의한 것이라는 「리브먼」여사의 주장은 사실로 판명됐다. 「크래프트」도 시인한 2곡은 『「피아노」와 「오키스트러」를 위한 「카프리치오」』와 『협주무곡』. 이로써 학자와 음악가, 역사가 모는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어디까지가 「스트라빈스키」자신의 예술이며 어디서부터 「크래프트」의 것이 시작됐는지를 판별하는 일이 남은 것이다.<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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