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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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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 역사는 이미 오래 되었다. 고대 희랍의 「피타고라스」 학파가 태동한 곳이 바로 기숙사라고 한다. 기원전 6세기쯤의 일이다.
중세의 수도원 제도가 강화되면서 역시 기숙사도 제도화했다. 대학의 역사는 수도원 제도와 함께 시작된다. 그것은 기독교 문화의 한 표현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세 「유럽」의 대학들은 당연히 수도원과 같은 기숙사 제도를 갖고 있었다. 『사상의 고향』, 『명상의 요람』 등 기숙사를 두고 낭만적인 표현들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서구의 전통적인 대학들은 오늘날에도 그 기숙사 제도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대학의 역사와 함께 발전되어 왔다. 모든 대학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분위기의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런 제도는 「캠퍼스」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영국의 변호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요 (Inn) 제도도 그 하나다. 또 바깥에도 일반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따로 있다. 후자의 경우는 여러 대학의 다양한 학풍에 영향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한 지붕의 기숙사에 든다. 물론 입사료는 파격적으로 염가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좋은 목적을 가진 각종 종교 또는 사회 단체들이 그 목적에 맞는 사회 사업의 일환으로 기숙사를 지어 운영한다. 「유럽」의 경우, 30∼40%의 학생들이 학교 구내의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 생활의 이상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가정적인 기숙사가 있는가 하면, 학습 지도를 위한 곳도 있다. 그밖에도 신체적 수련을 위한 곳, 자치 협동을 위한 기숙사도 있다. 또는 모든 이상을 조화시킨 곳도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상에 따라 여기 저기로 옮겨다닐 수도 있다.
기숙사 교육의 효과는 바람직하다. 우선 무한한 통학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절제·절도의 규율을 지키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자주성과 협동의 정신을 생활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 대학의 기숙사 생활 중 가장 이상적인 것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코먼·레퍼런스」 (일반 교양)의 향상이다. 다양한 인문성과 교양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거리낌없이 만나 담소하고 또 토론할 수 있는 것은 더할 수 없이 좋은 인간 발전의 계기가 된다. 기숙사는 그런 기회를 유감없이 제공한다.
대학의 사명은 진리의 탐구, 학문의 창조적인 연구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실천에 있다. 이것은 진리와 학문의 일상 생활화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현대의 대학은 그 사회적 국가적 책임을 더욱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단면적이고 생명력이 없는 진리의 탐구는 실로 무가치하다. 그럴수록 기숙사 제도와 같은 『생활하는 대학』 제도는 바람직하다. 정부의 한 고위 상국자가 바로 이점에 착안한 것은 기대할 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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