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못기한「국악의 날」…고유문화 발전책 시행 착오 거듭한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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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악협회에서는 매년 단오절을 「국악의 날」로 정하고 전통음악의 계승 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 15일로 제3회 「국악의 날」을 맞아 시민회관에서 많은 인원을 동원하여 민속예술 「페스티벌」(17일∼19일)이란 규모 큰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민족적 긍지와 전통문화에 대한 자각이 날로 고조되는 요즘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바람직하고 뜻 있는 일이다.
그런데 「국악의 날」하면 그 명칭부터가 범 국악계를 망라해야할 것인데 막상 국악인예술활동의 총화로써 내실을 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사에 참·불참은 고사하고 우리는 이날을 계기로 해서 고유음악의 발전문제와, 나아가 민족음악의 정립문제를 성의 있게 토론하고 숙고해 보는데 「국악의 날」을 제정한 의의가 있을 줄 안다.
사실 그 동안「고유」니 「전통」이니 「주체성」이니 하는 용어는 국악계에서도 자주 써왔고 고유음악발전책을 꾀해 왔음에도 현 싯점으로 볼 때 그간의 우리들의 모든 노력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것이 많지 않았나 하는 회의를 갖게 한다.
우리의 고유음악은 아직 그 설정단계에도 못 미쳤고 국악기개량만 해도 많은 난제 내지 그 당위성에 대해서까지 이론이 없지 않다. 이제까지 당국의 고유문화육성책은 미온적인 국내외연주활동에 불과하다. 즉 음악의 진수를 캐내는 귀의 예술이라기 보다는 눈으로 즐기기 위한 무대물화하는 인상마저 있다.
또한 창작부면에서는 왕성한 발표에 비해 이렇다할 소득 없이 주변만 맴도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허점을 자성하고 그간의 다양한 시도와 합당한 가능성을 현명하게 집약하고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민족음악의 정립과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라 하겠다.
한명희<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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