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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해방운동과 결혼생활에 미치는 영향|「워싱턴」거주 중류층주부 5명 대상 조사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구미에서「여성해방운동」열기가 계속 고조되고 있는 요즘 이 운동이 미국내의 일반 가정주부들의 결혼생활에 끼친 영향에 관한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이 보도는 「워싱턴」에 사는 중류층의 여성 5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것이므로 전체 미국여성의 경우와는 좀 다르겠지만 미국각지에 파급된 이 운동의 결과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5명의 주부 중 4명은 이혼, 1명은 별거 중인데 그들은 여성을 가정과 남편에 얽매인 부속물로 여기는 사회의 인식에 도전하며 그들 각자의 힘으로는 그러한 사회인식을 변경시킬 수 없어 여성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인터뷰」를 요청 받았으나 거절한 여성들은「인터뷰」거절이유를 여성운동이 결혼생활에 위협을 준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5명의「인터뷰」를 다음에 소개한다.
▲「팜·버체드」(26)=내가 이혼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여성해방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평소 나는『여성은 일생을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위해 헌신할 뿐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텔레비전」에 출연한 여성해방운동가의 대담을 듣고 내가 막연히 느끼기만 했던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때부터 여성운동은 내가 원하던 것, 즉 자아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약 1년 반전부터 나는 여성운동의「멤버」가 되었다.
그러자 나는 정치·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사회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남편은 이에 반대, 마침내 14개월 전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이제 새 생활을 시작했다.
▲「샌드러·골드」=나는 결혼 4년째로 결혼 초부터 남편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행동해 주기를 원했고 나는 그가 원하면 잠자다 일어나서라도 요리를 해야했으나 그는 나를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다.
남편은 결혼 생활은 남녀평등으로 서로 돕는데서 원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일한 난관에 부딪친 여성들의 모임인 여성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성이 독립한다는데 대한 두려움도 컸고 가정에 묻혀있으면 편히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나는 남편과 잠시 별거, 그의 인식이 고쳐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정생활에 만족하는 여성이라면 구태여 이런 어려운 길을 걷도록 권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머를·사이덴스트리커」(50)=48년에 결혼한 나는 결혼 초부터 불행했으나 가족 중 이혼한 사람도 없었고 가정의 행복을 만드는 것은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 결혼생활을 했으나 약 1년 전 이혼했다. 50세인 나는 좀더 일찍 여성운동에 눈떴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로베르타·그린」=여성해방운동은 내가 이혼 법에 관한 책을 쓰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여성들은 결혼생활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이혼의 절차를 몰라 당황하는데 내 경험을 통해 책을 쓸 계획이다.
▲「도너·러셀」=특별한 여성운동단체의 영향을 받아 이혼한 것은 아니나 여성운동이 내게 자립할 용기를 주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끈기와 참을성을 갖고 자신의「일」을 찾도록 충고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슨=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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