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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국' 정신 계승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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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코리아 부회장

중국 상하이에 가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가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곳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상해 임시정부 유적지를 방문하기 전에 기대와 흥분을 하게 된다. 국사 시간에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기에 더욱 기대를 한다. 하지만 방문 후에는 이런 기대와 흥분의 감정은 이내 무너진다. 되레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게 되고, 왠지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 우선 임시정부 유적지 주변에 가더라도 임시정부 건물이 어디 있는지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로 잘 보이지 않는다. 들어가는 입구도 허름하기 그지없다. 방문객 수도 많지 않아 예산 문제가 늘 제기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폐쇄 위기 등등의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정신을 계승치 못하게 된다면 이는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요즘 상해 임시정부와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게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과연 기업경영의 역사적 가치관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약인 활명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출시한 지 100년이 넘었기에 동화약품이 판매한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소화제’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동화약품은 상해 임시정부의 서울 연통부를 회사 내에 설치하고 활명수 판매액의 일부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다. 기업경영에서 애국애족(愛國愛族)의 가치관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에서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이 투영됐다. ‘모든 것은 나라가 기본이 된다. 나라가 잘되고 강해야 모든 것이 잘된다. 무역을 하든 공장을 세우든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결국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참다운 기업인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기업을 발전시키고 국부 형성에 이바지 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이런 사업보국 정신은 흔히 말하는 ‘장사꾼의 마인드’를 지니고 사업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장사꾼의 마인드보다는 ‘기업가 마인드’를 지니고 사업을 전개하라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즉 사업을 함에 있어 대의가 있고 국민·국가, 그리고 인류에 공헌하는 사업적 가치가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의 색깔은 명백히 다르다. 아무리 적은 돈일지라도 사업보국 같은 정신이 깃든 돈이야말로 값진 것이다. 또 사업보국 정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름 아닌 ‘도전정신’이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고, 자칫 실패할 수도 있는 그러한 정신이 사업보국 철학에는 깃들여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 ‘도전적인 정신이 부족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미흡하다’ 등 수많은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일부 기업의 불법·탈법과 사회적 정서에 반하는 비윤리행위 등으로 인해 기업인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는 비단 민간기업에 해당하진 않는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어느덧 신문의 단골메뉴가 되어버린 상황까지 왔다. 지금 우리가 사업보국의 정신을 제대로 받들었다면 이러한 이슈는 발생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져가는 요즘 상황을 보면 우리가 진정한 기업가 마인드와 도전정신, 그리고 사회·국가·인류에 기여하는 사업보국의 혼을 제대로 계승해 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보국은 옛날 옛적의 고리타분한 단어가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에서 다시금 심어져야 할 숭고한 철학이자 정신이라는 얘기다.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정신과 기업인들의 사업보국 정신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혜안(慧眼)을 제시해준다. 기업인은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근사한 대한민국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역사적 소임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존경받고 칭송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코리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