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경찰 체력 증진용 안 맞다" VS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교육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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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교육원 내 골프장(9홀)이 90%의 공정률을 보이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 경찰교육원]

경찰교육원(아산 초사동 소재) 측에서 건설중인 골프장이 시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경찰들의 체력증진을 위해 마련되는 이 골프장은 총 9홀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인근 주민들은 “경찰들의 체력증진과 골프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1일 경찰교육원 내 골프장을 취재해 봤다.

조영민 기자

경찰교육원은 아산시 초사동 407번지 일원 1780㎡에 건축연면적만 9만3584㎡에 달한다. 2004년 5월 공사에 들어가 본관·생활관·강의동·강당·체육관·식당·학생관·교직원아파트·실내사격장 등 모두 19개 동이 들어섰다. 옥외시설로는 야외 권총사격장, 체력단련장(9홀 골프장), 대운동장, 수상안전교육장, 옥외주차장 등이 갖춰져 있다. 총 사업비만 1887억원이 들어갔다. 뒤로는 황산, 앞으로는 신정호수가 위치해 있다. 아산시내와도 가깝고 주변도로 여건도 양호하다.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자연 친화적이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정 곳곳에 테마공원도 설치돼 있다.

 지난달에는 수사경찰 및 국방부, 선관위, 관세청 등 정부 각 부처 특별사법경찰들을 대상으로 매년 35개 과정 4000여 명을 교육하는 국내 유일의 수사전문 교육기관인 경찰수사연수원(원장 황운하)이 경찰교육원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경찰교육기관으로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찰교육원이 최근 골프장 개설 문제로 시민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는 ‘경찰교육원 내 골프장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의 글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몇몇 시민들은 지역 언론사 등을 통해 ‘지역과 상생발전하기로 한 경찰교육원이 국가 예산으로 그들만의 ‘골프장’을 건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산 초사동 인근 주민 최해수(61·가명)씨는 “처음 경찰교육원이 들어설 당시 마을은 물론 아산시 전체 지역발전에도 이바지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무리한 골프장 건설 등으로 주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꼬집었다.

타 도시서 공사인부 모집하다 ‘뭇매’

경찰교육원 골프장 조성은 2004년부터 12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됐었다. 하지만 6홀 규모의 골프장에 대해 활용성 부족을 이유로 이듬해인 2005년 9홀로 설계 변경 후 공사를 재개했지만 지하 암반층이 발견되면서 공사비 부족으로 또 다시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공사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찰교육원 측은 2011년 150여 억원의 국비예산을 추가 지원 받으면서 골프장 건설을 다시 시작해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예산 추가지원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주민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골프장 건설은 공사과정에서 또다시 뭇매를 맞았다. 건설 시행업체가 골프장 공사 마무리 과정에서 인력모집 공고를 아산시청이 아닌 천안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것. 모집인원은 일반인부, 조경공, 건설기계, 건설기계공 등 13명이었다. 채용된 인원에게는 출퇴근 차량 지원과 함께 공사완료 후 골프장 관리인원으로 연장근무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상세히 기재됐었다.

 이에 대해 주민 김성보(57·가명)씨는 “경찰교육원이 들어서면서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이 활성화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천안시청 홈페이지에 구인공고를 올린 것을 보고 많이 실망했었다”며 “지역에도 좋은 인재들이 많은데 굳이 외부 인력을 모집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불평했다.

“체력 증진 아닌 복지차원에서 바라봐야”

경찰교육원 측은 최근 이런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골프장 건설은 경찰들의 체력증진이 아닌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기암 경찰교육원 체력증진 팀장은 “국방부는 군인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에 32개소의 골프장을 마련했으며 해경의 경우 일반 경찰의 10% 정도의 인원이 근무 중인데도 불구하고 여수에 골프장을 조성했다”며 “경찰들을 위한 골프장은 이번이 2곳째”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공감대가 형성돼 국감에서도 예산을 추가 지원해주기로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인력모집의 경우, 경찰교육원 측에서 결정한 사항이 아닌 시행업체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사항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사인미스’일 뿐이라는 것이 교육원 측의 입장이다. 성 팀장은 “현재 경찰교육원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건물관리자들은 대부분 아산 출신 인력이다”라며 “이번 공사 인부 모집과정은 시행업체에서 실수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바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원은 아산지역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아산지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원에 이어 지난 10일 신청사에 입주한 전남 여수 해양경찰학교 역시 직원들의 기초체력훈련을 이유로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고 있어 현안사업과의 형평성과 타당성 문제를 지적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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