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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류 이루는 신인 작가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통계적으로 우리 나라 국민들의 독서율은 다른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매우 낮은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과는 관계없이 문인, 특히 작가에 대한 일반적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것은 외국의 경우 일반 출판물이 작가와 독자사이를 접근시켜주는 반면 우리 나라의 경우는 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이 독자와 작가사이의 가교역할을 해 왔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우리 나라의 문예지·종합지들은 소설필자 선정에 있어서 독자들의 반응에 지나치리 만큼 민감하여 몇몇 신인작가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제외하면 대체로 「네임·밸류」에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종합지의 소설필자 선정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양상을 달리하게 되었다. 금년에 접어들면서부터 문예·종합지의 소설 난들은 생소한 이름의 작가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독자들은 생소한 이름, 불과 몇 편의 작품발표로 이름만 어렴풋이 기억해 낼 수 있는 그러한 작가를 대하고 처음엔 석연치 않게 느끼다가는 그 작가의 글에서 과거 별로 맛보지 못한 신선 감에 다시 이들의 글을 기다리게끔 된 것이다.
금년 1월 호부터 6월 호까지의 통계를 보면 「월간중앙」「신동아」「세대」등 종합지, 「현대문학」「월간문학」등 문예지, 「창작과 비평」「문학과 지성」등 계간지를 통해 모두 1백20여 편(단편)의 소설이 발표되었는데 이 가운데 약70%에 해당되는 80여 편이 「데뷔」한지 3∼4년밖에 안 되는 신인작가들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들 80여 편의 소설을 쓴 신인작가들은 대체로 30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으므로 지난 6개월 동안 한 작가가 평균 3작품을 썼다는 계산인데 이것은 중견이상의 작가들의 침묵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각 문예·종합지 편집 책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들 30명 내외의 신인작가들 가운데 특별히 주목을 끌고 있는 작가들은 이문구 최인호 조해일 황석영 박시정 최창학 김원일 이세기씨 등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몇몇은 신문의 신춘문예, 문학지의 추천 등의 방법으로 문단에 「데뷔」한지 10년에 가까운 「중고신인」들도 끼여 있지만 이들을 포함한 전기 작가 군이 70년대의 우리 나라 문학적 조류를 대변할 만하다는 문단 일각의 견해는 꽤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이들의 문학적 흐름이 손창섭 서기원 이호철로 대표되는 50년대 작가 군, 김승옥 이청준으로 대표되는 60년대 작가 군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는 것인데 이들의 특징은 『조용히 스스로를 지키면서 「내셔널리즘」의 재인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물론 이것은 이들의 문학에 대한 최대공약수를 추출해 낸 것으로서 개별적으로 본다면 다소 성격을 달리 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작가가운데서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뽑아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문학지의 편집 책임자는 『그러한 문학적 「백·그라운드」도 물론 중요한 것이겠지만 독자들의 관심이 뚜렷하게 이들 신인작가들에게 기우는 까닭은 항상 참신한 주제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인호 조해일 황석영 최창학씨 등은 초기의 「데뷔」작으로서 문단에서는 물론 일반독자들로부터 크게 주목을 끈바 있는 작가들인 것이다.
한편 어느 종합지의 편집 책임자는 다른 중견작가들의 경우를 들어 30세 전후의 나이가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일 수 있는 시기이며 가장 조심스럽게 창작에 임하는 나이이므로 설혹 이들이 한꺼번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인작가들에 대한 기대나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견이상 작가의 작품이면 게재하는 쪽도 부담 없이 게재할 수 있었으나 요즘엔 독자들의 반응이 민감하게 나타나므로 신인 작가 쪽보다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단의 「세대교체」가 정기간행물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좀 지나친 얘기가 될는지는 모르나 원로급이고 중견급이고 신인 급이고 간에 작품위주로서 독자의 냉정한 판단에 맡긴다는 것은 문단발전을 위해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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