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민권투쟁의 기수 데이비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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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4일 미「캘리포니아」주「샌호제이」재판소에서 살인·유괴·음모 등 죄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은 「앤절러·데이비스」양(28)의 재판은 미국흑백 차별문제의 최신판「심벌」로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온 사건이었다.
신 좌파 젊은이들의 우상인 철학가「허버트·마르쿠제」의 수제자인 그녀와 「캘리포니아」주 정부사이의 알력은 69년 가을, 그녀가 철학강사직을 맡고 있던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분교(UCLA)에 주정부가 압력을 가해 강사직을 박탈한데서 시작되었다. 이유는 그녀가 공산당원이라는데 있었다.
학장이하 교수들이 정치이념을 이유로 교직을 박탈할 수 없다는 교칙을 들어 이에 반대했으나 「로널드·리건」지사를 필두로 한 우파이사들은 그녀의 휴직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데이비스」양은 자기의 정치이념이 아니라 피부색깔 때문에 박해를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 이때부터 그녀의 흑인 과격파운동과의 접근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그녀에 대한 「박해」에 동정해서 모여든 학생들 앞에서 행한 마지막강의에서 『흑인대학에 나타난 저항정신』을 역설했다.
이와 같은 그녀의 정치적 변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활약하는 흑인민권운동단체「블랙·팬더」, 「솔레다드」형제 등과의 관련을 필연적으로 가져왔으며 70년8월「마린」시에서 일어난 판사유괴 및 살인사건을 주동한「솔레다드」형제의 하나인 「조러든·잭슨」에게 총을 구입해주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이번 재판의 초점은 범행에 사용된 총을「데이비스」양이 구입해서 제공했으며 그녀는 범행을 사전에 알고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 있었다.
그러나 결국 총을 그녀가 구입,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범행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총은 자위용으로 제공한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로써 전세계에 흑인차별행동의 상징이 되어온 이 사건은 미국배심제도의 공정성을 입증해주는 방향으로 일단 해결된 것이다. <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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