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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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이래 강세를 보여오던 물가동향은 4월중에 고개를 수그리는 듯 하다가 5월에 들어 다시 상승세를 현저히 보여주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5월중의 도매물가는 전월 비1.1%가 상승하여 전년 말 비7%나 올랐다. 또 수입상품가격도 전년 말 비6.7%가 올랐고, 서울 소비자물가도 같은 기간에 7.7%나 올랐다 한다. 이처럼 수입상품가격상승을 주축으로 하는 물가의 급상승은 그 동안 진행되고 있는 불황과 더불어 이 나라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것이다.
원리적으로 말한다면 불황이 침화 하면 물가상승이 둔 하해야 하는 것이나, 우리의 경제구조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는 특이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불황과 물가상승이 이질적인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즉 우리의 불황과 물가상승은 다같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하에서 외환 및 국제수지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파생되는 현상인 것이며, 때문에 불 활과 물가상승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제수지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외환공급 면에 여유가 있고 장기국제수지전망이 낙관적이라면 불황문제나 물가문제를 다루기는 쉬운 것이라 하겠으나, 그것이 여의치 않는 현실에서는 정책의 핵심을 국제수지대책에 집중시키고 여타문제는 장기적인 대책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오늘의 물가문제와 불황문제를 생각할 때 당국은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깊이 검토해야 하겠다.
첫째, 환율과 물가의 악순환을 단절시킬 구체적이고도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명확히 하고서 모든 정책을 이에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노력이 없이는 정책의 체계화와 제 합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환율인상은 통화 면에서 커다란 긴축효과를 파생시키는 대신, 수입「코스트」의 상승에 따른 「코스트·푸쉬」현상을 야기 시킨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적절히 안배시키면 물가상승압력을 상살 시키면서도 수입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닌지를 깊이 검토해야 하겠다.
셋째, 재정금융정책의 운용과 산업구조의 개편을 직결시키는 방법을 당국이 개발한다면 환율인상효과와 상승작용을 해서 물가안정과 안정적 성장을 다같이 기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가능케 하려면 기존정책노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율 성장, 제3차 5개년 계획 등 경제정책의 전제를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최선의 선택을 가능케 하는 자유로운 검토는 제약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와 같은 수입 의존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계의 경제능력이 저위에 있는 경제에서는 장기간의 긴축정책을 집행해야만 비로소 산업구조개편과 기업체질의 개선을 기할 수 있다는 일반이론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로서도 깊이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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