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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은 조절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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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강문제를 생각할 때 현대인들은 으레 혈압을 연상한다. 그래서 혈압이 높다는 의사의 선고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혈압은 식생활, 기호, 정서상태, 생활습관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그것이 곧 건강의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 없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혈압은 결코 단순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심지어는 시간에 따라 분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카톨릭」의대 내과교수 김삼수 박사의 설명이다. 혈압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는 일부 의사들까지도 편견이나 오해를 지니고 있다고 김 박사는 덧붙인다.
역사적으로 혈압을 기계를 이용해서 측정한 최초의 사람은 영국의 생리학자「스티븐·헤일즈」씨이다.
1733년 그는 동물들의 동맥에 약3m길이의 유리관을 꽂고 혈압에 따라 혈액이 유리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헤일즈」의 방법은 너무나 원시적이었고 190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혈압을 잴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의 외과의인 「코로트코프」의 공헌이다.
혈압을 좌우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의학적으로는 심장 박출량, 말초혈관의 저항력, 전 혈량혈, 액의 점성, 혈관 벽의 신축성 등이 결정적인 요인이지만 이들 모두가 이른바 생활환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어는 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혈압을 좌우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혈압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다. 『흔히들 자기 나이에 1백을 더한 것이 정상혈압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속설이지 실설은 아니다. 그래서 어는 학자는 혈압이 아무리 높더라도 장본인이 정상적으로 견딜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정상혈압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따라서 자기 나이에 1백을 더한 것이 정상혈압이라는 믿음은 결국 편견에 불과하다고 김 박사는 말한다.
현재 널리 인정받고 있는 정상혈압의 안전판은 위가 1백40, 아래가 90이다. 물론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혈압도 약간씩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70∼80세 노인의 혈압이 1백20∼1백40에 불과한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혈압으로 건강상태를 결정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혈압에서 위 수치는 심장이 힘껏 수축, 피를 전신에 보낼 때의 압력을 나타내며 아래 수치는 심장이 확장, 혈액이 심장 속으로 되돌아 올 때의 압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혈압은 재는 방법이나 혈압계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난다. 환자의 상태, 자세, 분위기 등에 따라 달라지며 혈압계를 다루는 방법이나 의사의 태도에 의해서도 혈압의 변동은 심하다.
『혈압을 재기 전에 우선 주의할 것은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방을 조용히, 그리고 알맞은 조명과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다. 만약 음식을 먹은 지 얼마 안되었거나 운동 후라면 충분히 휴식을 시킨 후 편안한 자세로 앉히거나 눕혀서 혈압을 재야 한다. 시끄러운 곳이나 추운 곳에서 재면 오차가 심해지며 식사 후에 곧 바로 재면 8정도 높은 혈압으로 나타난다.』
김 박사는 여름철에는 섭씨23도, 겨울철에는 섭씨25도가 이상적인 기온이며 습도는 60%이상이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담배나 「코피」도 혈압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흥분하게되면 역시 혈압이 상승한다. 도시인에게 원인 모르는 고혈압이 많은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증가할수록 혈압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지방질이 많은 육식을 즐기는 사람이나 짠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는 사람들에게 고혈압이 많은 사실도 유명하다.
『정상적인 혈압관리의 요령은 우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며, 다소 혈압이 높다는 의사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혈압의 정기적인 「체크」는 필요하다.
혹 혈압이 높다고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대의학으로 혈압은 완전히「컨트롤」되는 것이기 때문이다.』김 박사의 충고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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