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탄받는 일본인|적군파사건 계기...대일 여론과 반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텔라비브」공항난사사건은 작가「미시마·유끼오」할복자살, 연합적군파 「린치」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세계각국에서 뿐 아니라 일본 안에서도 『일본인』을 스스로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3명의 범인이 『일본의 대표라고는 볼 수 없다』(「메이어」「이스라엘」수상)거나 『미치광이의 짓이며 일본국민을 대표한 것은 아니다』(주일「이스라엘」대사관)라는 발언이 있었고 일본 안에서도 이 사건을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의 행위이며 따라서 이를 「일본인」의 의식으로 포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식자가 있다.
그러나 전자는 단순한 외교사령이며 후자는 극히 한정된 일부 식자층의 의견일 뿐이다.

<또 무슨 일 저지를지>
일본의 해외 특파원들이 보내온 각 국민들의 반응은 『범인이 어떠한「이데올로기」적인 논리를 펼치더라도 유대인은 이번 일을 일본인으로부터 받은 피해로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뉴요크)이라거나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일본인』(런던), 그리고 『일본은 「트랜지스터」뿐 아니라 「미치광이」까지 수출하고 있다』(스위스)는 식으로 한결같이 이번 사건을 『일본, 일본인』의 문제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각 국민의 「코멘트」에서 「가미까제」와 「하라끼리」, 심지어는 「진주만」까지가 빈번히 거론되고 있음에 비추어 세계는 다시 한번 『일본의 광신적 군국주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 같다.

<전후교육 잘못지적>
이것은 일본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상께이」신문의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조사에서 나타난 국내의 지배적 의견은 『이해하기 어려운 미치광이 짓이며 일본인의 수치』라는 것으로 요약됐다. 또한 80%가 이번 일에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고 『국제적 신용저하』(38.8%), 『일본인에 대한 외국인의 불신감』(20.8%), 『대일 감정의 악화』(17.3%)와 함께 각 10% 가까이가 『일본인에게는 전통적으로 전쟁중의 특공대정신이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가능성』과 『잔학한 국민』이라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했다.

<정신의 고향을 파괴>
한편 각도를 달리해서 이번 사건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는 전체의 3할 가까이가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만든 전후의 그릇된 교육』과 『사회가 지나치게 과격파 학생을 감싸온 풍조』를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세대 차는 나타나 50대가 주로 전후교육의 잘못을, 그리고 10대는 앞서 지적한 두 가지 이외에 부자간의 단절감 및 엷어진 포력 비판정신을 들고 있다. 여기서 얻어지는 결론과 동인한 일본인의 자기 반성론은 『일본인을 생각한다』는 매일신문사설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다.
즉 『외래문화 흡수에 급급해온 다년간의 습성이 「스스로 생각하는」습성을 앗아갔으며 매일의 방대한 정보는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노력 없이 단편적 지식만으로 「인식했다」는 착각을 일으켜 창조의 고뇌를 잊게 했다.
세계적으로 드문 고도성장은 동시에 세계가 놀라는 공해를 낳아 일본인의 정신의 고향인 자연을 파괴해 버렸으며 표면적 번영과 병행해서 도시의 거대화 및 과밀화는 생활의 윤기를 뺏어갔고 연대감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아직도 일본인들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곤혹을 느끼고 있는 표정이다.

<미선일 상품 보이콧>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푸에르토리코」주재 일본인들이 보복을 우려해서 미국으로일시 피신하고 미국 안에서 나타난 일본상품「보이콧」움직임에 주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정부나 여론의 동향이 「아랍」제국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2일의 관계성·청 연석회의는 ①대학관리의 방향 ②경찰관의 행사 ③위법학생의 사전배제 ④출입국 관리의 강화 및 ⑤운수기계 경비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과격파 대책으로서 대학관리법안의 입법화와 경직법개정 등을 거론했으나 벌써부터 이러한 「치안입법」에 대해 각 대학과 야당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데 「사또」은퇴 후의 새 내각이 풀어야 할 과제로서 금후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명백한 것은 일본인들이 이젠 그 동안 「경제」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교육」을 소홀히 했음을 심각하게 반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