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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분쟁의 배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라크」와 「시리아」양국정부가 지난 1일 미·영·불·화 등 서방 4개국 합자회사인 「이라크」석유공사(IPC)를 국유화한데 뒤이어 「아랍」국가들은 소련의 지원 하에 석유판로확보를 위해 서방국가들을 분열시키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IPC 원 주주들은 국유화된 IPC석유구입자에 대한 법적 제재를 공언하고 있어 중동의 석유문제는 또다시 국제분쟁으로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번 석유분쟁이 단순히 「이라크」등 유산 국들과 서방합자회사들간의 경제적 이해관계 대립에서만 야기된 것이 아니고, 전통적 남진정책에 따라 「아랍」국가들에 대해 경제적 측면에까지 발판을 구축하려는 소련이 그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한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라크」와「시리아」두 관계국들은 IPC의 지주 23.7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가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보인 것을 이용, 「프랑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흥정을 벌여 IPC주주 국들을 분열시켜 무력화하는 동시에 불·이등의 판로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라크」와「시리아」의 국유화조치에 대해 통일「아랍」공 등 「아랍」국가들은 대체적으로 지지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소련은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를 통해 IPC의 국유화가 『자기영내의 천연자원을 완전지배하기 위한 「아랍」인민들의 투쟁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고 논평함으로써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물론 그 밖의 다른「아랍」국가들에 대해서도 서방 국들의 석유 이권 박탈을 간접적으로 부채질하고 있어 석유분쟁의 배후에 소련이 개입돼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잇다.
소련이 IPC의 판로보장과 기술제공 등으로 「이라크」정권을 지원하는 경우 이번 국유화조치가 단순한 경제이권의 갈등만이 아닌, 소련의 남진정책과 직결된 정치 색 짙은 분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소련의 「아랍」권 석유산업개입은 북미주의 석유생산후퇴로 전세계의 석유공급에 있어 「아랍」국가들의 산유 비중이 근년에 와서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그 정치적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소련은 통일「아랍」공화국과 인도에 뒤이어 「이라크」와도 우호조약을 체결, 국방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협의하게 돼있다. 이 우호조약이 조인된 직후 서방국가들은 이미 IPC의 국유화책동에 소련의 배후조종 역이 확대할 것으로 예측해왔으며 이것은 「이라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아랍」국가에서 서방석유이권을 속속 국유화하도록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도 우려된다. 소련은 북「아프리카」의 주요산유국인 「리비아」에서 이미 국유화된 석유산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예상한 대로 계속된다면 소련은 석유공급원의 조종으로 세계석유시장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정치적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 내다보인다.
정유시설을 갖춘 한국으로서는 IPC의 국유화와 그에 뒤따른 분쟁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겠지만, 앞서 지적한대로 소련이 「아랍」권 석유산업에 대한 개입 역할을 더욱 팽창시켜나가게 될 경우 우리의 주요수입원인 「쿠웨이트」와「사우디아라비아」도 소련의 정치영향에서 유리된 채로 그 위치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소련은 평화적인 경쟁공존을 구가하면서 지난 몇 해 동안 군사력증강·정치공세의 강화·대외영향력 증대에 조금치도 그 노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으며 따라서 중동의 석유자원이 정치흥정거리로 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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