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합리화에 대한 페이스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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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국민훈장을 받으러 내한한 프랭크. 페이스 국제최고경영인개발인 봉사단(IESC) 총재는 최근 한국의 기업풍토개선 문제에 관해서 주목할만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IES는 미국의 퇴역경영자들이 모여서 구성한 봉사단체로서 그들의 경험과 기술을 개발도상국의 기업에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이들은 현재 46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하며 우리 나라에도 1백6명이나 파견되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들 IESC단원들은 경영문제에 관해 스스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후진국사정에도 상당히 밝은 견문을 쌓고 있는 것이므로 그들의 의견은 충분히 음미하고 반영시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페이스 총재가 지적하고 있는 의견은 이 나라 기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 문제점들을 아주 적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물론 당국도 앞으로의 정책전개에 많은 참고로 삼아야 할 것을 생각된다.
우선 페이스 총재는 투자증가보다 투하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영지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차관원리금 상환에 따른 불황을 극복해야 할뿐만 아니라 기업부실화를 저지 시켜야 할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적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소망스러운 것은 경영의 합리화라 하겠다.
경영합리화란 다름이 아니라 기업주의 경영자세 전환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서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주들은 현재의 경영관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성을 해야 할 것이며, 기업경영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시급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경영합리화의 내적 요건으로는 페이스씨 말대로 전문 경영관리 층의 육성이 시급하다. 단순한 경험이나 척친 인사로는 기술사회의 기업경영을 이끌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합리화의 외적요건으로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요소가 경영의 합리화를 저해하는 작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일언에 그친다.
다음으로 페이스 총재는 경영개선의 목표를 상품의 질적 개선과 가격인하에 둘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점도 우리의 기업풍토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의미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의 경우 품질개선보다는 가격인상을 통한 애로타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현대경영원칙으로 보아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솔직히 말하여 오늘날처럼 전체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더욱 수요를 감퇴시켜 자기모순에 빠질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업들은 가격인상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적이고도 편직적인 방식으로 경영하는 한 기업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움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 페이스 총재는 경영층의 자질부족, 연구 및 기술개발에 대한 무관심, 일반관리비 과석 등 요인으로 생산성 제고를 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상하고 있는데 이점은 시급히 시정해야할 사항이다. 명령을 경영으로 착각하는 것이 이 나라 경영층의 일반적인 병폐라 하겠으며, 문제가 생길 때 경영적 척도에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비 경영적인 면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이 지난달의 통례였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페이스 총재의 기업경영 개선론은 이 나라 민간기업이 깊이 음미해보고 반영시켜야 할 사항임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라 하겠으나 우리는 페이스 총재의 의견을 가장 존중해야할 곳이 국영기업 및 정부관리기업체임을 또한 강조하고자 한다,
오늘의 민간기업이 내포한 모순보다도 월등 큰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국영 및 정부관리기업체이므로 이들의 경영개선에는 혁신적인 새 방법이 도입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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