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인쇄와 전적|세계 최고본『직지심경』 발견에 접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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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속활자인쇄란 두말할 것도 없이 현대적 인쇄술과 같이 금속으로 활자를 많이 만들어 놓고 그 활자로 조판을 해서 서적을 인쇄함을 말하는 것이다.
서양에서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만든 사람은 1447년(일설은 1452∼145) 독일의 「구텐베르크」란 사람인데 이 사람의 금속활자 주조가 한국의 그것보다 뒤지는 일이고 보니 한국은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나라이다.
고려 고종21년(서기1232년) 에 이미 「상정예문」을 주자로 찍어냈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려의 문인인 이규보 문집 후집에 「공양왕 사년치서적원장쇄자인서적유령승」이란 기록이 있으므로 공양왕4년(이태조 원년, 서기1392년)에 이미 금속활자를 주조하여 서적을 찍어내는 기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태종3년 계미(1403년)에는 주자소를 두어 많은 금속활자본을 찍어냈다.
이때 금속활자로 어떤 책을 찍어냈는가 하는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일칠사찬고금통요』 『송조표천총류』 『우익성경』 『예기천견록』 『태종실록』 『음주전문춘추괄』 『예시좌중구독직해』등이 있으나 이 중에 현존해있는 책으로 『일칠사찬고금통요』만이 지금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보존되어 있을 뿐 다른 책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고 또 어떤 책이 이때에 인출된 것인가는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존하는 이 계미자본(1403년)도 전술한 「구텐베르크」본보다 70년 내지 1백년이 앞서게 되며 더구나 고종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적어도 1백여년 내지 2백여년 이전이나 앞서는 까닭에 한국이 금속활자 인쇄국으로서 이미 최초의 나라라는 것은 공인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규보의 기록에 의하면 적어도 1백년 내지 2백년 이상이나 앞서게 되고 현존하는 계미자본으로 비교하더라도 70년 내지 1백여년이나 앞서게 된다.
그런데 「구텐베르크」의 성서인쇄를 1452∼1456년으로 친다면 2백여년이나 우리가 앞서게된다.
그런데 문제는 공양왕3년(1377년)에 간행된 주조본 『직지심경』이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이번 「책의 해」기념전시회에 처음 전시되었다고 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다만 문제는 이 『직지심경』이 나와서 비로소 한국이 금속활자 국으로서의 처음 되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한국은 이 방면에 으뜸가는 국가이지만 다만 지금까지 아무런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직지심경』이란 주자본이 발견되었고, 이것이 1377년 본이고 또 「구텐베르크」 연 활자본보다 앞섰다는 것이 이국 「파리」에서 입증된 것이다.
지금까지 고려시대에 간행된 책의 연구서적으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가 고 이성의·김약슬 편 『나려예문지』란 책이고 다른 하나가 국회도서관에서 나온 백린·임종순공편 『나려문적지』란 것인데 이 두가지 책은 물론 최근 국회도서관에서 나온 『고서종합목록』에도 『직지심경』이란 책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또 불교학자인 김동화 교수는 『직지심경』이란 경책이 없다고 말하고있다.
지금 전기 두 가지 연구서적 중에 석지눌 보조국사(고려 의종12년∼희종6년, 1158∼1210) 저로 된 『진심직설』이란 책이 발견된다. 이 『진심직설』이란 책은 일본인 전간공작 편 『고선책보』에도 소개되어 있고 또 대정신수대장경 목록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이 『진심직설』의 책표지에다 『직지심경』이란 제명을 붙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쿠랑」의 『한국서지』에 나오는 직지심체 요절의 약자로 보는 김두종 교수의 견해에도 일리가 있지만 필자는 『진심직설』이 아닌가 생각될 뿐이다.
만일 신문에 보도된 대로 『직지심경』이 옳다고 하면 국내에서는 그리고 아직까지는 기록에서 발견도 못한 여조주자본 하나가 발견된 셈이고 또 『진심직설』이란 책이 오전된 것이라고 하면 이것은 이미 기록상으로 발견되고 실제로는 잊어버렸던 여말주자본 하나가 발견된 셈이다. 그것이 국내에 있던, 외국에 있던 국위를 선양한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다.
금년은 「책의 해」로 정해져서 세계 각국이 책에 관한 각종 행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필자는 「책의 해」선포식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책의 해」를 통해서 우리의 빛나는 역사를 선전도 하고 또 이러한 자랑거리를 바탕으로 자만만 하지 말고 분발하고 노력해서 뜻 깊은 해를 보내자고 했는데 난데없이 기대도 하지 않았던 여마말주자본 하나가 「파리」전시장에서 발견되어 우리의 민족문화를 빛나게 해 준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많은 일서가 앞으로 계속 해외 해내에서 발굴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국회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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