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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위험」에 방치된 어린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만지기 쉬운 폭발물종류>(괄호 안은 겉모양)
▲소총유탄(수류탄에 자루가 달린 것)-①아래쪽 뇌관을 때리지 말 것 ②땅에 떨어뜨리지 말 것.
▲50「밀리」낙하산 조명탄(어뢰모양)-ⓛ머리 부분에 충격을 가하지 말 것 ②땅에 떨어뜨리지 말 것.
▲박격포 탄 추진약품(「소시지」모양)-①뒤쪽 뇌관을 때리지 말 것 ②불에 넣지 말 것
▲소총유탄 자린 연막탄(원통에 자루 달린 모양)-①안전「핀」을 빼거나 불에 넣지 말 것 ②안전「핀」이 빠진 것은 손대지 말 것.
▲81「밀리」박격포 탄(어뢰모양)-①머리 부분에 충격이나 땅에 떨어뜨리지 말 것
▲155「밀리」유탄 포탄(원뿔모양)-충격이나 투하하지 말 것.
▲2.36「인치·로키트」탄(길쭉한 방망이모양)-안전「핀」빼지 말 것 ②머리부분을 아래로 땅에 떨어뜨리지 말 것.
▲57「밀리」무반동포 탄(탄피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음)-①신관을 때리거나 뇌관을 때리지 말 것.
▲80「밀리」박격포 탄(날씬한 어뢰모양)-신관에 충격이나 떨어뜨리지 말 것
▲대인지뢰(상자 모양)-ⓛ긴 줄의 안전「핀」을 잡아 다니지 말 것 ②중량을 가하거나 밟지 말 것
▲76「밀리」대전차 탄(끝이 뾰쪽한 쇠망치모양)-신관을 빼거나 뇌관을 때리지 말 것

<-마천동 참사의 교훈과 각계의 의견->
7명의 어린 목숨을 무참히 앗아간 서울 성동구 마천동 어린이 폭사사고는 사고가 날 때마다 방치된 폭발물에 재한 단속강화 등을 실시한다고 입버릇처럼 밝혀 온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사격장 등 폭발물취급소주변에서 위험물에 대한 단속이 여전히 허술했음을 드러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포탄도 인근 군부대 사격장에 방치돼 있던 것을 놀러나갔던 어린이들이 주워다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평소 마을 어린이들은 동네에서 약1㎞떨어진 군부대사격장 주변에서 탄피·파편 등을 주워다가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거나 엿·강냉이 등과 바꾸어 먹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사격장주변의 일반시민들이 언제든지 불의의 참사를 빚을 수 있는 위험 속에 방치돼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계몽이 부족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더구나 군부대에서 사격훈련을 마친 뒤에는 불발탄 회수작업 등 사후 위험제거조치를 철저히 하도록 돼 있는데도 불발탄이 어린이들 손에 들어가 마침내는 끔찍한 사고를 빚었다는 것은 당국의 폭발물유출방지책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폭발물사고는 이제 6·25가 지난 지 20여년이 돼, 전국의 산과 들에 널리 깔려있던 각종 폭발물에 의한 사고는 줄어드는 셈이지만 그 대신 사격장 주변 등 새로운 발생요소가 큰 사고요인으로 늘어나고 있다.
치안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71년 한해 동안에만도 전국에서 1백29건의 폭발물 사고가 발생, 67명이 죽고 1백여명이 부상했다. 올 들어 사고발생건수는 27건에 사망자 19명, 부상자 43명.
발생원인은 방치된 폭발물을 주워 놀다가 빚어진 경우가 49건으로 가장 으뜸.
다음이 고기를 잡다가 실수한 「케이스」가 24건, 불의의 폭발 19건, 고철수집 중 실수 10건, 타 용도이용 3건, 기타 25건으로 실수나 취급부주의 등 무지에서 빚어진 경우가 대부분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일으킨 폭발물 종류도 지난해의 경우 수류탄 20건, 「다이너마이트」 18건, 지뢰 6건, 연화 및 M79 5건, TNT 3건, 박격포 탄 2건 등의 순서로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다. 폭발물 사고의 피해자는 20세 이하의 미성년이 대부분. 지난해의 경우 사망자 67명 가운데 61%인 41명이 미성년자였고 올 들어 19명 가운데 79%인 15명이 모두 못다 핀 어린 싹들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놀이터나 장난감을 제대로 갖지 못한 사격장 주변 및 전방지대의 어린이들이 호기심으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불발탄·탄피 등을 가지고 놀다 빚어지는 현상으로 분석됐다.
마천동 폭사사고의 경우에도 대부분 환경이 좋지 못한 철거민 촌의 어린이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탄피·파편 등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고 있는데도 부모들이나 당국에서는 전혀 무관심했다. 도리어 이 일대 12개소의 고물상에서는 어린이들을 탄피·파편 등을 수집하는데 이용해 왔다고 한다.
전국에 산재한 폭발물 취급소는 7백72개소(광산3백70개소포함)로 이들 업소에 대한 철저한 임검 단속 및 폭발물 신고강화 등 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
집단적인 어린이 폭발물사고가 나자 각계 인사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석진씨(중앙아동복리위원회위원장)=위험물을 방치한다는 그 자체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사회의 후진성의 단면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 어린이를 물질적이나 도덕적으로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점점 심해져 이제는 무관심 그 자체가 만성화돼 가는 것 같아 가슴 아픈 일이다.
젊은이나 청소년들이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장난하거나 모험적인 일에 흥미를 갖는 것은 일종의 자기 파괴적 본능이지만 사회나 학교, 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보다 건전한 오락시설과 장소를 제공해주고 위험물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서 하루속히 어린이공해를 추방해야할 것이다.
▲윤석중씨(새싹회 회장)=「청소년선도의 달」에 끔찍한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음은 가슴 아픈 일이다.
사격장 주변에 폭발물이 나동그라져 있고 학교나 가정이 아이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해둔 것이 비극의 불씨라 본다.
우리사회가 너무 어린이들의 평소 생활에 무관심하다가 무슨 일이 터지면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가 또 흐지부지 무관심해지는 큰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부모들도 내 자식만 잘 키우겠다는 생각은 이게 버려야할 것 같다.
▲이병용씨(변호사)=군에서 유출된 폭발물이라면 국가도 일단의 책임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군에서 폭발물을 방치, 회수하지 않은 것보다는 피해발생의 원인은 이 폭발물을 주워다 두들긴 어린이의 책임이 더 무거운 것이다.
폭발물을 주워와서 만진 어린이가 미성년자이므로 결국 미성년자의 감독불충분으로 인해 친권자가 배상책임을 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방치해 둔 것이 사실이라면 불진정 연대책임으로 봐서 폭발물을 방치한 국가와 폭발물을 주워온 어린이의 부모 등에 함께 배상책임이 주어질 것으로 본다.
▲김난수씨(연세대교수·교육학) 위험물을 다루는 관계기관의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은데서 사고는 빚어진다.
주거지역이 위험물을 항상 가까이 하고있는 아동들에 대한 교육도 특수지역아동교육문제로 다루어져야한다.
전방지역 등 특수지역에서는 학교, 가정, 군·경찰 등 그 지역사회전체가 위험물로부터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교육에 공동노력을 다하고 어린이들을 이용, 잔돈을 벌어들이려는 부모들이나 상인들을 규제할 법적 뒷받침도 강구돼야하겠다.
▲김병보씨(서울 혜화국민학교 교장)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폭발물전시장」같은 것을 만들어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등 살아있는 안전교육을 시켜야 한다. 어린이들은 포탄 등에 호기심을 갖기 일쑤다. 가정과 주위에서 어린이들에 관심을 기울여 사고를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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