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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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출부.
돈버는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직업은 파출부로 통하고 있고 「철이 엄마」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파출부 노릇에 이력이 났다.
결혼한 지 2년이 못돼서 철통같이 믿었던 그이가 종합진단 결과 폐결핵 3기라는 진단이 내려졌을 때 나는 병원복도에서 실신하고 말았고 그 후 갓 태어난 수철이를 데리고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나의 온갖 정성도 아랑곳없이 끝내 그이가 눈을 감고 말았을 때 나는 모든 것을 각오해야했다.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께 수철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장례를 치르고 반미치광이가 된 채로 몸부림치던 악몽 같은 그 때가 생각이날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오열을 참으며, 그때 갓난아기였던 철이가 중학생이 된 의젓한 모습에 대견함을 느끼며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파출부로 집을 나선다.
여학교 다닐 때 익혀둔 요리솜씨며 가정시간에 배운 것을 활용하여 남의 집에 가서 찬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생전 보지도 못하던 남의 집 빨래며, 그릇 닦이 청소 등을 해주고, 수고했다고 주는 돈을 푼푼이 모아 하나밖에 없는 수철이 학비며,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께 매달 꼬박꼬박 부쳐 드리고 조금씩 저축했던 돈이 2만원이 되 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곰곰 생각하다가 서울구경을 한번도 못하신 시부모님을 올라오시라고 해서 그이가 못해드린 것을 이 며느리가 대신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내 마음은 마냥 흥분되어 있다. <김정복(경기도 인천시 송림1동183의16호·장기순 씨댁)>
(채택된 「손거울」필자에게는 「여성중앙」 6개월 분을 우송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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