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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꽃꽂이 연구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꽃꽂이」라는 전문분야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본시대부터지만 우리 나라의 연구가들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였다. 김인순, 임화공, 고하수 씨 등 현재의 중견 꽃꽂이 연구가들은 그 무렵부터 연구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었다.
꽃꽂이라면 세계적으로 일본을 연상할 만큼 꽃꽂이의 역사는 일본에서 5백년이 넘고 가장 대중성을 띤 취미의 하나로 널리 보급되어있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 취미로 발전되어 꽃꽂이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수백만으로 추산될 정도이다.
우리 나라에서 꽃꽂이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은 30명∼4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꽃꽂이를 직업으로 하기보다는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꽃꽂이협회(회장 김인순)는 20개의 단체를 산하에 두고있는데 단체란 한사람의 연구가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꽃꽂이 동우회나 연구소를 말한다. 대개 연구소마다 5명 내의의 조교와 강사를 두고 있는데 조교·강사직자체는 무보수지만 이들 중에는 「그룹」지도 등을 통해 돈을 벌고있는 사람도 있다.
실내장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성들이 여가를 갖게 되면서 꽃꽂이는 최근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여대생 「그룹」에서 여성단체까지, 그리고 자그마한 주부들의 모임에서까지 꽃꽂이강습은 필수교양 강좌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붐」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직업으로서의 전망은 아주 좋다. 주부들은 대부분 취미정도에서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직업으로 발전시킨다면 좋은 부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김인순씨는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 꽃꽂이 연구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연구소에 들어가 3년의 학습과정을 끝내야 한다. 그 후에는 2년의 연구과정으로 들어가는데 이때는 조교·강사로 1년씩 사범역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5년 과정을 끝내면 한사람의 꽃꽂이연구가로 독립할 수 있는 자격을 협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수강료는 1주에 1∼2시간수업으로 월 3∼5천 원이다.
꽃꽂이 연구가들의 수입이 이렇게 수강료에 의존하는 율이 높기 때문에 그 액수를 일률적으로 어림잡기는 힘들다. 각 연구소의 수강생 수는 10∼20명에서 1백명 이상까지 차이가 심하고 또 개인의 인기에 따라 외부강사로 나가는 기회도 달라진다. 외부강사로 나갈 경우에는 1「클럽」지도에 월1만5천원∼2만원 정도를 받는다.
각 연구소들은 대부분 1년에 한 두 차례씩 회원전이나 개인전을 여는데 이때 작품이 팔리기도 한다. 바위·고목·마른 재료 등을 주로 하고 꽃들은 갈아 꽂을 수 있게된 반영구적 대작들이 팔릴 수 있는 작품들인데 가격은 기준이 전혀 없지만 이름 있는 연구가의 경우에는 30∼40만원 수준이 보통이다.
이외에 「호텔」, 「빌딩」등의 현관이나 방을 장식하기 위한 꽃꽂이를 맡게 되는 수도 있는데 이때에도 값의 기준은 없다. 일을 맡기는 사람의 꽃꽂이에 대한 이해, 꽃꽂이 작가의 비중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몇 년 전 「유솜·클럽」에서 김인순씨에게 지불한 「디자인」료는 재료비를 포함 안하고 1천「달러」였다.
그밖에 정부나 큰 기관이 주최하는 「파티」때의 장식을 맡아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꽃꽂이연구가들이 작품자체를 팔아 직업을 영위하기는 매우 힘들다.
김인순씨는 은행·「호텔」·다른 접객업소 등 손님을 위해 꽃을 장식하고 있는 업체들이 전문적인 꽃꽂이 연구가를 필요로 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일본의 가련하고 기교적인 꽃꽂이 방식에서 탈피, 크고 활달한 「스케일」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우리 나라의 꽃꽂이가 해외시장진출에도 한몫을 하게될 이라고 전망했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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