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도장법사(백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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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웃나라 일본의 문헌들은 혁혁한 백제 고승 몇 분의 행적을 전해주고 있다.
일본 삼논종조가 됐던 혜관(서기 1240)도 있었지만 삼논학의 대가로서는 고구려의 승랑대사 외에 백제인 도장법사가 있었다.
일본 문헌들에 의하면 백제의 고승이요 성실론 학자인 도장이 서기 684년에 일본에 건너갔다고 한다.
『속 일본서기』에 백제 사문도장은 법문의 신령이요 석도의 동량이다라든가 또 논 『백제 국사문도장전』에 나타난 기록은 이를 입증한다.

<석도장은 백제국인으로서 전학이요, 또 영통인이었다. 백봉년 중 (천무천황시)에 일국에 관광차 왔다. 지광 2년 추7월에 가물어서 장에 조하여 도우하니 부숭조에 천하가 보윤하니 제는 법험의 속암을 귀히 여겨 크게 우대했다.
양로 5년 6월 원정, 제는 조에서 『사문도장은 석가의 동량이요, 법문의 영수다』라 고했다. 장이 동도한 후 『성실논소』 10권을 지으니 이미 구령을 드리워 남경을 화하였다. 옛적에 동대사의 학자로서 법상종이 구사를 겸습하고, 삼론종이 성실을 겸습하였는 바 성실(논)을 강함에 이르러서는 장의 소에 의지하지 아니함이 없었다>라고 한 것으로 보면 그의 심오한 학과 후중한 인품, 그 위에 또 도승으로서의 영리성을 넉넉히 엿볼 수 있다.
그러면 성실론이란 과연 어떠한 교리사상인가? 이는 중도설과 이체설과 아법양공설의 요지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일절가 유라든가 또는 무라고만 말한다면 그것은 제일의, 즉, 공정한 진리가 못된다. 만약 결정코 무라면 곧 단견(공)에 떨어지고, 또 결정코 유라 하면 그것은 상주견(유)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 양극단인 단·상의 이방을 떠나는 것이 진리로서 이것을 「중도」라 한다.
또 「이체」라 함은 세체와 제일의체로서 오수음은 기실은 무인 것이나 세속체상으로 볼때는 유다. 그러나 제일의상으로는 공이다. 다시 말하면 현상적으로는 삼라만상의 차별상이 있는 것, 그러나 본체상으로는 차별상이 없다는 것을 이름이다.
아공·법공 이라 하지만 오대원소인 색·수·상·행·식으로 이루어진 아는 공한 것이다. 또 이 오대원소라는 존재, 즉 법도 공한 것이다.
이러한 아법양공사상은 소승불교의 「아공 법유」의 실재사상에서 한걸음 진보한 사공으로서 대승불교사상에 가깝다. 그래서 서기4세기께 중국에 이 성실론이 번역돼 연구되었을 때 한때는 대승론으로 오인되었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성실론은 소승불교에 속하는 우주 인생철학론으로서 중국·신라에서는 매우 그 연구열이 높았던 논이었다.
백제·일본 등에서는 그 주석서가 없었다가, 도장의 소가 나왔으니 그 얼마나 귀중한 존재였던가. 이로 인해 성실론이 나량대종 중의 일종으로 성립되었으니, 도장은 질로 일본 성실종의 원조가 되었던 것이다.
그가 도일한 것은 서기672년이었고 90이 넘어 730년에 일본에서 시적했다. 즉 49세에 도일해서 41년간을 일본에 머물렀던 것이니 그 위덕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동화 <건국대대학원장·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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