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화-김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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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시는 눈 뜨고
그리고 보고있다.
한돌림 짠바람이 설치고 간
네거리 졸음 조는 햇살을
물오른 차량의 발들이 잘라내고 있다. 머리위로 달리 부교의 팔에
눈 붉은 사람의 눈 붉은 신경이 걸려 있다.
맥 뛰는 소리들이 넘어오는 창마다 덜 핀 꽃잎이 물 마른 얼굴을 흔들고 시간마다 빛깔을 같아 입는다. 도시는 눈뜨고
그리고 보고있다.
웃목엔 퍼먹은 꽃뱀이 꼬리를 치고
시계소리도 오지 않는 공장아랫목에선
떨어져 쌓인 남자들이
충실한 문명의 하인이 되어
네거리 바람의 짠맛을 씹고 있다.
시장바닥에 쭈그리고 있는 생선벼다귀,
너더 댓도 더는 주인이
그 살을 추려들고 있다.
도시는 눈뜨고 그리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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