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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연구기관의 폐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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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여당은 전국에 산재한 1백14개 국·공립연구시험기관의 운영합리화를 위해 업무와 설비시설이 비슷한 기관을 통합 또는 폐합할 방침이다.
이 방침은 행정개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것으로, 행정개혁조사위원회의 방침대로 11개를 줄이고, 20여개를 통합하는 경우에는 약25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 한다.
현재 정부조직법이나 기타 법률에 의하여 실시되고 있는 연구기관은 무려 1백14개나 되는데, 그 총예산은 98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사실상 상공·농림·과학기술처 산하로 분산되어있어 효율적 인 연구도 못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인원만 낭비하고 개별기관은 예산부족으로 일다운 일을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행정개혁조사위원회는 상공부산하의 각종 연구시험기관은 앞으로 신설될 공업진흥청 산하에 일원화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사단법인화 하여 능률적 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우리는 이 방침이 대체로 옳은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 연구시설이나 인적자원을 생각할 때, 국·공립연구기관이 1백14개소나 있었다고 하는 것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국·공립의 연구기관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과학기술처의 발족이후에 기존의 상공부나 농림부에 있는 연구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옥상옥격인 존재가 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간 예산 98억원은 결코 적은 돈은 아니나, 이것을 1백14개 기관에 나누면 한 연구소에 1억 원도 되지 않으니 이것으로써는 인건비와 연료비로만 씌었지, 연구비로는 쑬 돈이 없었을 것 같다.
상공부산하에는 공업연구소나 광업연구소 등이 있어 서울시내에서 공해를 내뿜고 학사주변에 소음까지 내고있었는데 이러한 기관들을 통합하여 공업진흥청을 신설한다는 것은 필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상공부는 이미 영동지구에 종합청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들 연구기관들은 공해가 없는 곳을 택하여 이주하도록 하여야만 할 것이다.
또 기타 경제기획원·농림부 등 정부산하 여러 연구소들도 하루 빨리 통합하여 운영면에서는 경비를 절감하고 연구면에서는 체계적인 연구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효율향상을 기하도록 해주기 바란다.
상공·기술관계의 연구소의 통합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법정관계의 연구소의 통합운영도 절실히 요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부분의 사립연구기관들도 정부보조만에 기대면서 운영되고 있으며, 보조비획득에만 눈이 어두워 진정한 연구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 분야의 국·공립연구기관의 수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나 이들 기관도 경비의 절감과 인적자원의 효률적 운용을 위하여 통합·운영하여야만 할 것이다.
정부의 유사연구기관 통합방침에는 대학부설 각종 연구시험기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는 바, 이는 당연한 결론이기는 하나 각 국립대학 부설 연구기관의 설치와 그 운영에 관해서는 좀 더 고차원적인 견지에서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연구기관에도 부족한 문구예산을 서로 나눠먹는 식으로 배정하는 지역적 획일화·평준화 경향이 농후한바, 각 지역대학의 특성에 맞는 곳에 한두 연구기관을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각종 국·공립 연구기관을 가능한 한, 통합 운영하되 비용절감만을 생각지 말고 연구비의 집중적인 지급으로 다대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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