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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or never” … 신흥 강호 벨기에 세계 정상 야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지역 최종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프랑스의 중앙 수비수 마마두 사코(오른쪽)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첫 골을 넣었다. 1차전에서 0-2로 져 탈락이 유력했던 프랑스는 이날 경기에서 3-0으로 우크라이나를 꺾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생드니=로이터]

프랑스의 모델 출신 기상 캐스터가 발가벗고 목초지를 뛰어다니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4년에 한 번씩 전 세계를 들끓게 하는 월드컵이 빚어낸 해프닝이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2로 패해 월드컵 탈락이 점쳐졌다. 2차전을 하루 앞두고 모델 출신 기상 캐스터 도리아 틸리어(27)는 “프랑스가 본선에 오르면 나의 벗은 몸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와의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본선에 오르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약속을 지켰다.

 내년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32개국이 가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맹한 209개국 중에서 15%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개막까지는 6개월 넘게 남았지만, 크고 작은 스토리가 쌓이며 점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6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통해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벌써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일본·이란·호주가 아시아에서 동반 출전권을 얻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북한은 이번에는 최종 예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3차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남미 축구연맹의 가입국은 10개국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개국이 출전권을 얻었다. 남미에 할당된 월드컵 출전 티켓은 4.5장이지만, 브라질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했고 우루과이가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아시아의 요르단을 가볍게 꺾고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유럽에선 무려 13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축구 기량만 따진다면 유럽에 더 많은 출전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평가하는 축구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스웨덴·터키·체코 등 축구 강호들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북중미에서는 멕시코가 4위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오세아니아 대표 뉴질랜드를 꺾고 축제에 동참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카메룬·코트디부아르·가나·나이지리아·알제리 등 전통의 강호들이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벨기에, 젊은 선수들 경험 부족이 약점
세계 축구는 춘추전국시대다. 이런 흐름은 FIFA 랭킹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세계 최강의 대명사인 브라질은 11위로 떨어졌다. FIFA 랭킹 6위로 상위권인 우루과이는 남미 월드컵 예선에서 5위로 밀려나 힘겹게 본선에 합류했다. 유럽 축구 전통의 강호 스페인과 독일이 1, 2위를 지키고 있지만 벨기에와 스위스가 각각 5위와 7위까지 치솟는 등 지각 변동이 심하다. 신흥 강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팀은 벨기에다. 마루앙 펠라이니(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빈센트 콤파니(27·맨체스터시티), 무사 뎀벨레(26·토트넘) 등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넘쳐난다. 벨기에 축구계에는 ‘now or never’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벨기에 축구가 세계 정상을 노크할 기회는 지금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독일 출신 명장 오트마어 히츠펠트(64) 감독이 이끄는 스위스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난 8월 브라질을 1-0으로 꺾는 끈끈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5일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는 1-2로 패하는 허점을 노출했다. FIFA 랭킹에 따라 월드컵 톱시드가 유력하지만 톱시드 중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로 꼽힌다. 트란퀼로 바르네타(28·프랑크푸르트), 괴크한 인러(29·나폴리), 그라니트 샤카(21·뮌헨글라트바흐) 등이 주축이다.
 
유럽팀, 남미의 기후·풍토 극복이 관건
우루과이·브라질·칠레·멕시코·아르헨티나·미국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은 모두 일곱 번이다. 그때마다 우승국은 우루과이·브라질·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의 차지였다. 유럽 국가는 시차가 크고 기후와 풍토가 낯선 남미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개최국 브라질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브라질은 1958(스웨덴), 1962(칠레), 1970(멕시코), 1994(미국), 2002(한국·일본) 대회에 이어 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브라질은 1950년 이후 64년 만의 월드컵 개최다. 1950년 대회 때 브라질은 결승에 올랐다가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냥 스타디움에서 17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루과이에 1-2로 패하며 우승컵을 넘겨준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에는 2002년 대회 때 팀을 우승으로 이끈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65) 감독이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는다. 펠레·호마리우·호나우두 등 브라질 월드컵 우승 때마다 세계 축구의 위대한 스타가 탄생했다. 이번 대회에는 네이마르(21·바르셀로나)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월드컵의 전초전으로 지난 6월 브라질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네이마르는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 수상자로 뽑히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별명처럼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등 메이저 대회를 3회 연속 제패하는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6승2무로 유럽 예선을 통과할 정도로 여전히 흠잡을 데 없는 전력이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정상을 지킨 데서 오는 피로감과 매너리즘이 변수다. 지난 20일 열린 남아공과의 A매치에서는 0-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독일은 세계 축구의 스페인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가장 강력한 도전자다. 메수트 외질(25·아스널), 마리오 괴체(21·바이에른 뮌헨) 같은 신세대 독일 선수는 독일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뛰어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선 굵은 플레이를 펼쳐 ‘전차군단’이라 불렸던 독일이 스페인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패스 축구의 장점을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IFA 랭킹에서 한국은 56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32개국 가운데 30위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카메룬(59위)과 호주(57위)뿐이다. 장지현 SBS ESPN 해설위원은 “FIFA 랭킹은 각국의 기량을 평가하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지표지만 단 한 골로 승부가 가려질 때가 많은 축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의외성이 크다”며 남은 기간 잘 준비하면 충분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드컵 조 편성은 다음 달 7일 결정된다. 톱시드는 개최국 브라질과 FIFA 랭킹 상위 7개 팀인 스페인·독일·아르헨티나·콜롬비아·벨기에·우루과이·스위스에 돌아간다.

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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