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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자동차 왕국이 남긴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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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학창 시절 세계지리 시험의 단골 답안이었던 ‘자동차 왕국’ 디트로이트가 지난여름 파산했다. 1950년대만 해도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이자 자존심이었지만 자동차산업 몰락과 과도한 시 정부 지출로 쇠락했고 결국 185억 달러(약 21조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인구는 60년새 185만에서 70여 만으로 줄었다. 예산 부족으로 가로등의 40% 이상을 켜지 못하고 살인율은 높아만 간다. 경찰에 전화를 걸면 통화까지 한 시간이 걸린다. 치안 마비 상태다.

 한국 재정 상태는 어떤가. 공공기관 493조원, 지방공기업 72조5000억원에 가계분을 합한 국가 전체의 부채는 2000조원이 넘는다. 재정위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균형재정을 이루려면 세금을 더 걷든지 재정지출을 줄이는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트로이트의 악몽이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정부를 경제에서 떼어낼 수 있다면 성장률이 2%가 아니라 3%가 된다고 한다. 물론 정부의 존재 의미는 경제적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공공재의 특성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시의 사례는 공공 부문에도 경영마인드를 적극 도입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전문적인 시설 경영을 위해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24개에 시설관리공단이 있다. 시설관리의 책임성·전문성·수익률 증대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실제 공단 수익성은 자치구에서 직영하는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낙하산 인사 등으로 전문성도 낮은 문제점이 있다. 굳이 100~200명의 인원을 별도 고용해 시설관리를 하기엔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공공 분야에 민간의 경제성을 접목시키자는 취지가 현실에선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가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계획하지 않는 이유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곳간 열쇠를 넘겨받았다는 자부심이 아니다. 구성원의 행복한 삶을 위한 관리 의무부터 직시해야 한다.

진익철 서초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