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안 빨리는 「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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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급담배 청자의 질이 크게 떨어져 애연가들의 짜증을 사고 있다. 한때 사기 힘들었던 청자는 전매청 당국이 새로운 고급담배 은하수(1갑 1백50원)를 오는 16일부터 발매 예고를 하면서부터 불이 잘 당겨지지 않고 불티가 튀거나 연기가 빨리지 않아 불이 꺼지기 일쑤. 맛 또한 혀를 자극할 정도로 독할 뿐더러 새 포장은 품위조차 없다. 애연가들은 청자담배는 새 고급담배 은하수 발매의 예고가 있고부터 갑자기 사기 쉬워졌으나 반면 이처럼 질이 크게 떨어진데 대해 새 담배 은하수를 팔기 위한 전매청의 독점사업을 핑계 대고 관례적으로 해 온 횡포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있다.
청자담배의 질이 이같이 떨어진데 대해 전매청 당국은 그동안 2년 후숙한 국산잎담배 85%에 외산잎담배 15%를 섞어 만들었으나 최근 후숙한 국산담배의 재고가 떨어져 인공으로 2주쯤 후숙한 국산잎담배를 주원료로 쓰기 때문이라고 모호한 해명을 했다.
제조원가 절감을 이유로 국산잎담배의 비율을 5% 더 늘리고 대신 외산잎담배의 배합비율을 5% 줄여 10%로 함으로써 청자의 맛이 종전보다 다소 떨어진 것이 아닌가 본다고 했다.
종전 청자의 금박포갑지는 단가가 1원80전이었는데 이번에 새로 바꾼 포장은 원가를 적게 들이기 위한다는 구실로 품위마저 잃어, 「청자」라고 쓴 담배이름이 영문보다 작게 표기된 것 등 조잡하기 이를데 없다. 애연가들은 고급담배이던 신탄진이 청자의 출현으로 질이 격하됐던 것처럼 전매청이 독점사업에 기댄 횡포라고 지적했다.

<"관례적인 독점사업 횡포" 애연가들>
담배의 질이 떨어진데 대한 각계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새 담배 팔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다>
▲김명윤씨(변호사)=한마디로 전매정책이 덜 돼 먹었다. 일반 끽연자들을 얄팍한 속임수로 속여 담배 값을 올려 받으려 하고있다.
이번에 청자 담배 질을 격하시킨 것은 따로 비싼 담배를 내놓기 위해 전매청이 고의적으로 청자담배의 질을 낮췄다고 본다.

<담배 질 낮추는건 정부 공신력 실추>
▲최신해씨(청량리뇌병원장)=애연가들은 담배란 물질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신력과 신뢰감도 함께 접촉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에서 담배 질을 자꾸 낮추는 것은 국가위신을 정부 스스로가 떨어뜨리는 처사밖에 안된다.
새로 나올 고급담배「은하수」 값이 1백50원이라니 답배 값은 가히 세계 수준에 도달한 것 같지만 질은 별로 신통치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새 「청자」포장 조잡, 인상부터 저질화>
▲이호철씨(작가)=새로 나온 청자 담배의 디자인」부터 퍽 조잡스럽게 보여져 하루 아침사이에 저질 담배로 격하한 듯한 인상을 준다.
과거 신탄진 담배가 고급담배에서 격하될 때처럼 늘 고급 담배가 새로 나올 때마다 어제의 고급담배는 저질담배로 질이 뚝 떨어지는 것이 만성화되어 오지 않았는가. 관계 당국에선 이런 것을 아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아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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