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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우위 확보 위한 「닉슨」의 마지막 「카드」-문답식으로 풀이해본 월맹 해안봉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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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월맹 전 항만을 기뢰로 봉쇄하기로 한 「닉슨」미 대통령의 8일 결정은 8년 간 계속되어온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에 새로운 확전 요소를 끌어들였다. 이 조치가 뜻하는 복잡한 배경을 문답식으로 엮어본다. <외신부>
▲월맹 해안봉쇄 결정은 왜 나왔는가?
3월30일에 시작된 공산군의 대 공세는 「닉슨」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추구해온 월남화·미군철수계획 등을 심각한 「딜레머」에 빠지게 했다. 군사적·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린 미국으로서는 항복에 가까운 양보를 하느냐, 군사적 열세를 만회한 후 다시 협상으로 「닉슨」의 원래 구상을 밀어보느냐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군사적 열세를 만회하는 방법으로서 북폭 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으로 입증되어 있다. 따라서 북폭보다는 높은 차원이나 소련·중공의 개입을 불러일으킬 정도에는 미달하는 군사조처로서 기뢰에 의한 월맹 해안봉쇄가 결정된 것이다. 이제 문제는 이 조치가 현재 월남에서 진행중인 월맹 측 공세를 어느 정도 둔화시킬 수 있느냐는데 있다. 이에 따라서 「파리」회담에서의 협상의 실마리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기뢰를 부설했는가?
이번에 설치된 기뢰들은 「닉슨」 대통령이 해안 봉쇄령을 철회할 때를 대비,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는 원격통제 장치를 갖추었다.
과거의 기뢰들은 충돌에 의해 폭발되었으나 오늘날의 기뢰들은 부근을 항해하는 선박의 선체의 자력효과, 수압변화, 또는 「엔진」 진동 및 「스크루」회전으로 발생하는 음파 등에 의해서도 폭발이 가능하다.
한편 소련은 가장 현대적인 기뢰 제거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월맹에 제공되면, 부설된 기뢰대를 보호하기 위해 미 해·공군력이 동원되지 않는한 월맹은 단 몇분 안에 이를 제거할 수 있다.
▲월맹의 주 항구 「하이퐁」은 어떤 곳인가?
『바다의 요새』라는 뜻을 가진 인구 50만의 이 항구는 월맹의 가장 중요한 항구다. 수년래 이 항도는 군사「캠프」화 했다. 공장이나 가옥의 지붕마다 대공 포대가 마련되어있고 도처에 대피호가 있어 완전한 『항도 요새』다.
「통킹」만에서 19km지점 「쿠아캄」 하상에 위치한 이 항구는 선창시설이 잘 되어있으며 서쪽 1백 4km의 수도 「하노이」와는 5번 공로 및 철로가 연결되어있고 북으로 중공에 역시 철도가 이어져있다. 따라서 이 항구의 봉쇄는 비단 군사장비나 보급의 차단을 의미할 뿐 아니라 월맹이 수입하고 있는 식량 등 일용품의 도입로가 차단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게 된다.
▲해안봉쇄의 군사적 효과는?
「키신저」보좌관은 해안 봉쇄의 효과로 3주안에 월남에서 싸우고있는 월맹군의 활동능력이 감퇴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군사전문가들은 그 기간이 2, 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봉쇄조치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월남군은 현 월맹군의 공세를 독력으로 막아내야 한다.
또 중공을 통한 육로가 열려있는 한 해안봉쇄는 완전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당면한 위험의 폭은?
현재 「하이퐁」항에는 36쌍의 외국 선박이 정박 중인데 이중 11척이 소련 선박이고 9척이 중공선박이다. 이들에 대해 11일 하오7시까지 출항을 명하고 이를 어기면 기뢰로 폭파되어도 그들의 책임이라고 한 것은 소·중공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다.
소련이 호위함을 거느린 소해 정을 파견, 미군이 설치한 기뢰를 철거하려들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 미 해군은 이에 발포할 것인가?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모험은 여기에 있다.
▲소련은 어떤 「딜레머」에 빠졌는가?
「브레즈네프」를 필두로 한 소련공산당 정치국원 15명은 매우 어려운 「딜레머」에 빠져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닉슨」을 맞고 「하이퐁」항으로부터 함선을 철수시켰다가는 공산권 안에서의 「크렘린」의 체면과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공연히 중공의 입장만 강해질 것이다. 그것은 「흐루시초프」의 전철을 밟는 것이 된다.
반대로 어떤 대응조처를 취했다가는 미국과 본격적인 무력충돌로 발전할 위험이 생긴다.
그러나 소련은 결국 대국주의적인 자국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중공의 지위를 높여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 「딜레머」에 기술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쿠바」사태와는 어떻게 비교되는가?
실질적인 미·소의 대결이라는 데서 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봉쇄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국에서 불과 1백 44km 떨어진 바로 문턱에 소련의 「미사일」기지가 설치된다는 점에서 미국은 『눈에는 눈으로』라는 식으로 소련 선박을 검색하겠다고 선언, 직접 대결의 양상을 띠었다. 「쿠바」때는 「미사일」적재 소련선박만을 대상으로 했던데 비해 이번에는 화물을 수송하는 모든 나라의 선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의 월맹에 대한 물자공급 저지명령도 이의 적용범위가 확실치는 않으나 소련·중공선박을 미 해군이 직접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부터 하역된 물자의 저지를 대상으로 할 듯하다.
「쿠바」 위기당시는 미·소의 핵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한 미·소 핵 대결에 의한 전쟁 위험이 있었으나 이번은 양국이 핵 경쟁지양을 위한 SALT(전략무기회담)의 조인단계에 있어 직접적인 핵전의 위험은 그때만큼 두드러진 건 아니다.
▲중공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닉슨」의 월맹에 대한 봉쇄조치는 중공을 월남전에 직접 끌어넣을 위험이 많다는 것이 북경의 외교전문가들이 보는 견해이다.
지난 2월 중공은 「닉슨」의 방문에 의해 외교적 측면과 무역분야에 협조의 길이 틔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식통들은 중공정부가 미국의 대 월맹 봉쇄를 풀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워싱턴」과 배경사이에 있어서 상호이익에 충돌을 첨예화하게끔 유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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