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국새 미국서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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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으로 만들어졌고 손잡이가 용 모양인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사진 문화재청]

대한제국의 첫 황제인 고종이 사용했던 국새 ‘황제지보(皇帝之寶)’ 등 한국 문화재 9점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압류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 불법 반입됐던 것들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국토안보조사부(HSI)는 20일 샌디에이고 인근 에스콘디도에서 대한제국(1897~1910년) 시대에 사용됐던 국새 3점과 어보 1점,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하던 인장 5점 등 총 9점을 압류했다고 발표했다. 국새는 주로 정부의 공식 문서 작성에 사용했으며, 어보는 왕실의례를 기념해 제작된 것이다.

 이들 유물은 해병대 중위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참전 군인 가족이 국가에 헌납하는 형식으로 압류됐으며, HSI는 조만간 한국으로의 반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참전 군인은 한국전 당시인 1950년 덕수궁 인근 도랑에서 북한군이 도주하며 버리고 달아난 국새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는 이미 사망해 취득 경위와 밀반입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불법 취득한 해외 유물은 국가절도재산법(National Stolen Property Act)에 따라 매매가 금지된다.

  ‘황제지보’는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계기로 제작됐다. 황제가 직접 관료를 임명할 때 내리는 임명장에 사용됐다. ‘유서지보(諭書之寶)’는 지방 절도사나 관찰사 임명장에, ‘준명지보(濬明之寶)’는 ‘춘방(春坊·왕세자 교육담당 관청)’의 관원에게 내리는 교지에 사용됐다. 대한제국 황실에서 제작한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상세도와 설명이 실려 있다. 또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는 1907년 고종 황제가 수강태황제로 존봉(尊奉)되는 의식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어보다. 도장 5과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책이나 그림에 각인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문화재 9점은 미 수사당국의 몰수절차(4개월 이상 소요)를 거쳐 내년 6월 이후 국내 반환될 예정이다.

LA 중앙일보 장연화 기자
서울=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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