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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소비자보호 강화해야 동양사태 재발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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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금융감독 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동양그룹 문제 유사 사례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표대로라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크게 강화된다. 제도와 감독, 시장규율 등을 총동원하기로 해서다. 심지어 경영진이 법을 어기지 않더라도 도덕적 해이가 있다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까지 표명했다. 감독 당국이 이렇게 나설 정도로 동양 사태의 후유증은 대단히 심각하다. 동양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산 개인투자자가 2만 명에 육박하고, 투자액도 2조원 가까이 된다. 외환위기 당시 터졌던 대우 회사채 파동 이후 가장 크다. 투자액의 대부분이 손실로 처리될 것이니 사회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크다. 게다가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동양처럼 본업을 잘 못하면서도 회사채와 CP 등을 대거 발행한 그룹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 당국이 그나마 뒷북치는 건 잘했다고 본다.

 발표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 가지다. 사실 동양 사태는 감독 당국이 현행 제도에서도 마음만 먹었다면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미스터리 쇼핑이 단적인 예다. 금감원 직원이 신분을 숨기고 금융상품 판매활동을 감시하는 활동이다. 이것만 제대로 했더라도 불완전판매와 부실계열사의 CP를 잘게 쪼개 파는 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변명해 왔다. 이런 점에서 당국이 미스터리 쇼핑을 확대하고 감독 실효성을 높이기로 한 건 의미가 있다. 사실상 방치해 왔던 대부업체와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규제 강화도 잘했다. 동양이 특정금전신탁과 계열 대부업체를 악용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CP 등 시장성 차입금이 많은 그룹과 계열사 간 금융거래의 공시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투자자 피해 방지에 일조할 거다.

 다만 아쉬운 건 어제 발표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관한 언급이 적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이 만들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수정돼야 한다. 당국이 만든 법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은 금융위원회 산하로 돼 있다. 하지만 금융정책의 수립과 건전성 감독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원래 상충되는 측면이 많다. 사실 이번 동양 사태만 해도 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조금만 더 관심을 쏟았더라면 투자자 피해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은 금융 당국이 소비자가 아닌, 금융사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오명을 벗고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총리실 등 금융 당국의 외부에 설립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영국의 금융옴부즈맨 제도라든가 투자자 피해의 신속처리 절차 같은 것도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무기한 보류했다가 이번에 도입한 독자신용등급제도 등도 확실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