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사람은 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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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끝났다. 시진핑(習近平)주석은 3중전회에서 “개혁”을 59회나 언급하면서 인민의 불만을 개혁을 통해 풀어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여 주었다. 흔히들 시진핑 시대를 차이나 3.0시대라고 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과 건국의 시대를 1.0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개방 시대를 2.0 이라고 할 때 시진핑 시대는 지금까지 중국을 발전시킨 파라다임을 바꾸어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3중전회도 그런 의미에서 안팎으로 기대를 많이 모았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애매한 정책으로 구체성이 떨어져 실망하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당초 35년 전 덩샤오핑의 1978년 12월의 3중전회에 비견할만한 제2의 개혁 개방을 기대하였는데 역부족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은 한 자녀 낳기 정책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1970년대 인구 학자 마인초(馬寅初)등이 주장 인구폭발을 막기 위한 산아제한 정책(計劃生育)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은 “사람이 많으면 국력도 커진다(人多力量大)”라는 신념으로 이러한 정책이 시행될 수 없었다. 마오쩌둥 사후 1979년 덩샤오핑의 중국정부는 드디어 인구 억제정책으로 한 자녀 갖기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인구정책의 효과로 중국 인구는 크게 억제되어 왔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로 노동인구는 오히려 감소되고 있다. 선진국도 되기 전에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이른 바 미부선로(未富先老)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노동인구의 감소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결국 국력을 떨어트리게 된다. 마오쩌둥의 말이 들어맞게 되었다.

중국에는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말이 있다. 한 자녀 정책 하에서도 일부 부유층은 원정 출산으로 두 번째 애기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해외에서 갖게 된 아기는 한 자녀 정책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우에 대륙에서의 원정출산 때문에 홍콩의 주민이나 영주 외국인의 경우 산부인과 입원실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홍콩의 우리 교민 중에 출산을 앞두고 입원실을 못 구해 국내에 들어 와서 출산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 한 자녀 낳기 정책이 완화되면 중국에도 애기 울음소리가 많이 들리게 될 것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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