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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의 질문금지 조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화당은 2일 국회운영위당소속 의원들이 마련한 개정시안을 토대로 본격적인 국회법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이 시안 중 중요한 내용의 골자는 ①각 상임위의 권한을 강화, 폐회 중에도 의장의 승인을 얻어 상임위를 열 수 있게 하는 한편, 국정감사기간 이외에도 수시로 소관부처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게 하며 ②의원의 본 회의시간을 제한하고 ③대정부질문에 있어서 8개항의 질문금지내용을 두어 의부의 발언을 대폭제한하고 ④국무위원의 출석을 주60시간 내로 제한했으며 ⑤의장의 질서유지권을 강화하고 각 상임위원장에게도 의장의 질서유지권에 준하는 권한을 주도록 하자는 것 등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벌써 오래 전부터 국회의 능률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국회법의 개정이 있어야한다는 여론이 성숙되어 왔다. 따라서 집권당이 국회법개정초안을 만들어 이를 국회에 제출코자 한다는 것은 조금도 못 마땅한 일이 아니지만, 상기 개정시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올 안고 있으므로 법안으로서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시안이 각 상임위의 권한을 강화하여 국정감사기간이외에 필요한 경우 수시로 소관사무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게 한 것과 국회폐회중이라도 상임위를 열 수 있게 한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서 「분과위원회 중심주의」를 가일층 철저화 하려는 것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시간과 내용, 양면에 걸쳐 까다로운 제한을 가하고, 또 의장 혹은 상임위부장의 직권강화에 빙자하여 이 역시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서 원천적인 제약을 가하고자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원내에 있어서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십중 팔, 구는 소수당의 원내투쟁을 억압하고, 둔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코 질의를 표할 수 없다.
의원의 각종 발언시간을 종류별로 제한해 버리자는 것은 의원들의 원내발언이 산만하고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로 말미암아 의사시간의 낭비가 심하다는 경험에 비추어 그 취지가 반드시 못마땅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의회정치에 있어서나 장시간발언은 소수파가 다수파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의 하나요, 다수파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유효한 평화적인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고려에 넣는다면, 발언시간을 가급적이면 짧게 제한하자는 사고방식은 정상이 라고 할 수 없다.
시안을 보고서 특히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대정부질의에 있어서 신문 또는 비공식적 기관이 발표한 내용의 정확성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질문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8개항의「질문금지조항」을 두어 의원들의 원내발언을 그 내용면에 있어서 대폭 제한을 가하겠다고 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원내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해주면서 까지, 언론자유보장에 완벽을 기하고자하는 소이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무엇이 국익인가 또 그 국익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권한을 갖고 있어야하고, 또 이 권한행사를 보장키 위해서는 거의 절대적인 언론자유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헌법도 제42조에서 이러한 면책의 특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헌법하에서 개정되려는 국회법이 국회의부의 원내에서의 언론자유를 대폭 제한코자 한다는 것은 헌법정신의 위배라는 비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장의 질서 유지권 강화문제도 이를 반드시 법제도화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의장이 원내·외를 통해 공명정대하게 대하고 또 사회를 하는데 있어 불편부당 의회정치가 요구하는 근본적인 규칙만 잘 지켜 나간다고 하면, 그는 전 국회의원의 추앙을 받는 존재가 되어, 별로 강권을 발동치 않고서도 원내질서를 훌륭히 유지해 나갈 수 있겠기 때문이다. 법제도의 강화만을 가지고 의장의 권위가 높아지고, 또 의장의 권능을 강화해 가지고서 간신히 원내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어리석은 것이다.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장의 「리더쉽」은 어디까지나 법 이전의 문제요, 인격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임을 각별히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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