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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 '편안해지는 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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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해지는 연습/페마 쵸드론 지음, 김연수 옮김, 화니북스, 8천5백원

'편안해지는 연습'(원제 Comfortable with Uncertainty)을 쓴 페마 쵸드론(67.사진)은 미국의 비구니 스님이다.

미국에서 세를 불린 지 이미 오래인 불교는 신자들 대부분이 젊은층이고 사회 엘리트로 구성돼 '젊은 종교'로 평가받는데, 티베트 불교 계열의 초드론 스님 역시 엘리트 출신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거의 30년전 트룽파 린포체 큰스님으로부터 계(戒)를 받았다.

그때가 서구가 동양문화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인 68혁명 이후인 1974년. 서양인으로 비구니가 된 가장 초창기 인물에 속하는 그의 책들은 대부분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는데, 이번 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저술이다.

하지만 낯설지 않다. 국내 출판시장은 이미 영미권에서 수입된 불교 서적들의 영향권에 깊숙하게 들어섰기 때문이다.

몇해 전부터 거의 1백종에 가깝게 책이 쏟아져나온 티베트 불교와 그 지도자 달라이 라마 관련 서적들의 등장이 그렇다.

베트남 출신으로 서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틱낫한 스님의 저술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선 것이 바로 지난해다.

페마 초드론의 명성은 지구촌 그루(영적 스승)로 통하는 달라이 라마, 틱 스님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가 갖는 호소력, 즉 한문투에 모래씹는 듯한 용어로 채워진 토종 불교서적들과는 또 다른 친절한 서술을 눈여겨볼 만한 텍스트가 '편안해지는 연습'이다.

"우리 마음은 늘 습관적으로 안전지대를 찾습니다. 문제는 그 안전지대라는 허상은 끊임없이 부서지고 말지요. 그러면 우리는 또 다른 안전지대를 쌓아올리느라 삶을 낭비합니다. 그게 바로 삼사라, 즉 윤회의 본질입니다. 잘못된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끝없는 시도 때문에 우리 고통은 반복됩니다."(44쪽 '고통은 어디에서 올까')

짜증과 스트레스가 만들어지는 지금 이곳에서 얼굴을 돌리지 말라는 것, 그런 헛수고 대신 '변화무쌍한 날씨'(47쪽)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이토록 쉽게 표현된다.

페마 초드론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라'(1백48쪽 '깨달음의 열쇠')라는 화두를 바꾸기도 한다. 그가 94년에 펴낸 책 영어제목이 'Start Where You Are'였음을 염두에 둬볼 일이다.

그렇다면 '일상어 법어(法語)'의 힘은 설탕 옷(唐衣)을 씌운 아류의 마음상품 책들과는 어떻게 다를까. 간단한 구별로 모두 1백8개의 짧은 글로 채워진 이 책을 반복해 읽어볼 일이다.

그 과정에서 깊은 맛을 감지할 수 있다면, 그게 초드론 스님의 매력이자 법력이 아닐까 싶다. 하긴 불교 입문서로 그중 탁월한 책으로 꼽히는 책이 바로 서양 불교학자의 저술이다.

에드워드 콘즈의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세계사,1990)가 그것인데, 그렇다면 불교 서적도 영미권 서적의 역수입 단계에 접어든 것일까.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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