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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징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징발 보상 청구 사건·국가 배상 청구 사건 등의 수임을 둘러싼 20여명의 비위 변호사들에 대하여 검찰은 변호사 법에 따라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라 한다. 변호사에 대해 이번처럼 20여 명이나 징계 요청을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대검 수사 국은 이번 징계 요청 말고서도 또 다른 20∼30명의 비위 변호사에 대해 모종 혐의를 잡고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조계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오늘날 변호사의 기강 해이는 일반적인 사회적 부패를 앞지르는 느낌조차 없지 않다. 최근에는 서류를 위조하여 징발 보상을 타내고서 착복한 변호사가 구속되기까지 하여 국민의 변호사에 대한 신뢰감을 다시 한번 크게 동요시켰으며, 도처에서 비위 변호사를 처벌해 달라는 요망이 늘어나고 있다. 변호사들의 탈선 행위나 비위 행위가 있을 때에는 이에 대한 형사 소추와 징계 절차의 개시가 있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변호사회마다 징계위원회나 강기 위원회가 있어 자율적으로 징계하고, 제명까지 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제까지 이들에 대한 기소나 징계가 매우 적었던 것이다.
이처럼 변호사에 대한 징계 사례가 드물었던 것은 징계 요청 권이 검찰총장에게 있고, 징계 결정도 법무부에 설치된 변호사 징계 위원회에서 하고 있기에, 검찰이 정치적 징계 요원이라는 비난을 받을까 하여 되도록 자제를 해왔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정부가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기에 징계권도 법무부가 가지고 있어 정치적 잡음이 일 소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대한 변호사 협회는 그동안 수차에 걸쳐 변호사 징계권을 이양해 달라고 요청해 오고 있었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라고 하겠으나 다만 그 실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우리 나라의 변호사회 자체가 스스로 자율적인 징계를 감행할 만한 기강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던 탓도 있다.
변호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특히 준엄한 문책이 있어야만 그들의 사회적 위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라고 하여 징계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법치 질서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곧 국민의 법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변호사로서 의뢰자에게 돌아갈 돈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경우에는 마땅히 형법상의 직무상 횡령이나 배임으로써 보다 엄중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 다만 문제는 순수한 법적 이유에서가 아니고, 정치적 이유에 의한 징계용 행사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지난 3월9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발표, 『사건 「브로커」개입의 경위를 보면 거의가 법률 지식이 결핍하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자가 권리침해를 당하였으나 이에 부응할 만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또한 적절한 법률구조의 혜택을 받지 못한 점도 또한 불무하였다』고 함으로써 사건「브로커」의 존재가 마치 정부의 보상이나 배상의 미비에서 오는 필요악인 것처럼 항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징계 요청이 이러한 불비를 은폐하고 변호사로 하여금 사건 수임을 못 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항변을 받지 않도록 공정한 징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변호사회는 자체 내의 감찰 기구의 활동을 강화하여 변호사 윤리를 실천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자율 활동을 전개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비위 변호사를 탈회시켜 회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정도로 변호사회 자체의 기강을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체 징계를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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