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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나노 낸드플래시 양산 … 최첨단 기술력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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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SK그룹에 인수된 후 큰 폭의 흑자를 내며 효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가 기술력으로도 세계 정상급임을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가장 미세한 16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64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20일 밝혔다. 올 6월 세계 최초로 16나노 공정을 적용한 1세대 제품을 양산한 데 이어, 이번엔 칩 사이즈를 줄인 2세대 제품의 양산에 나선 것이다. 칩의 크기를 줄이면 같은 웨이퍼(실리콘으로 만든 원반형의 반도체 원재료)로도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생산성을 높이고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큰 128Gb 낸드플래시도 개발을 완료했으며,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세계시장의 14.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11.1%)보다 3.6%포인트 끌어올리며 3위인 마이크론(15.9%)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D램 점유율은 29.4%로 선두인 삼성(32.9%)과의 격차를 좁혔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공정 미세화 경쟁에 주력해왔다. 삼성은 올 들어 세계 최초로 수직으로 저장장소를 쌓는 기술을 개발해 128Gb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회로 사이에 절연 물질이 아닌 빈 공간으로 절연층을 형성하는 에어갭(Air Gap) 기술로 칩 사이즈를 줄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세공정 기술만큼은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앞으로 3D 낸드플래시 개발에도 속도를 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SK하이닉스는 신제품 발표나 제품 양산에 있어 항상 ‘2위’의 꼬리표를 달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하나둘씩 얻고 있다. 올 6월에는 8Gb 저전력(LPD) DDR3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6Gb LPDDR3도 최초로 선보였다. 지난해 하이닉스가 2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상황에서도 SK그룹은 생산설비에 3조8500억원을 쏟아부었다.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6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를 만드는 미국의 LAMD사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미뤄온 미래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최태원 SK회장의 베팅이었다. 그리고 이 승부수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으로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에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에 이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SK하이닉스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동부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동부하이텍’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시너지 차원에서 가장 적절한 인수 업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금은 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최근 스마트폰 등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늘고 있어 결국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내년 이후 주력 제품인 D램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가능성이 하이닉스의 고민거리다. 동양증권 박현 연구원은 “비수기인 내년 1분기엔 중국 우시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 세계시장에서 D램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시 공장 화재로 다른 설비를 D램 생산에 전용하는 과정에서 낸드플래시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키움증권 김성인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의 과점화와 높은 D램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내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 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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