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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양 늘었지만 질 좋아져 … 단기외채 비중 14년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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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체 외채 중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개월째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에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당국이 외화 차입 관리를 강화하고 나선 영향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대외 채무(외채) 잔액은 4110억 달러로 3개월 전보다 37억 달러 늘었다. 외채는 지난해 3분기 419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3분기 연속 줄다 이번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이 국고채·통화안정채권 등에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 외채는 1115억 달러로 81억 달러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외화 유동성과 자산이 늘었고, 은행의 단기 차입은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를 기록, 1999년 6월(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도 33.1%로 2005년 말(31.3%)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만기가 짧은 단기 외채의 비중이 낮아지면 경제에 충격이 오더라도 자금이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가 외환위기로 번질 소지가 적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 말에는 단기외채 비중이 전체 외채의 절반 이상(51.9%)에 달하기도 했다.

대외채권은 5820억 달러로 3개월 전보다 275억 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잔액은 1710억 달러로 238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4년 이후 최대치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외채의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 등 대외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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