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자녀 폐지' 발표 날 … 뉴질랜드가 크게 웃은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뉴질랜드 달러 가치가 치솟는가 하면 미국 옥수수 농장주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피아노 제조업체 주가가 오른 반면 콘돔 제조사 주가는 뒷걸음질쳤다. 지난 15일 중국 정부가 30여 년간 유지해 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13억 인구의 대국이 기침을 하자 글로벌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츠에서 투자매니저로 일하는 앤더스 파에즈만은 15일 이후 뉴질랜드 달러를 대량 매입하고 있다. “뉴질랜드가 중국에 유제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라서”라고 파에즈만은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한 자녀 정책 폐지로 중국의 신생아 숫자가 늘어나면 중국에서 뉴질랜드산 분유 수입이 늘 것이고 그렇게 되면 뉴질랜드 통화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낙농 강국 뉴질랜드는 지난해 분유를 포함한 유제품을 중국에만 18억 달러(약 1조9000억원)어치 수출했다. 5년 전 2억3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7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은 수입 분유 90%를 뉴질랜드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박테리아 분유 파동으로 중국이 뉴질랜드산 분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을 때 뉴질랜드 달러 가치가 요동치기도 했다. 뉴질랜드 달러 가치는 중국 한 자녀 정책 폐지 직후 19일까지 1.2% 올랐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 폐지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결정사항의 주요한 개혁조치 중 하나다. 부부 중 한쪽이라도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이면 두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명시했다. 중국 13억 인구 중 23~42세 가임 여성은 79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인구 통계 분석에 따르면 이 가운데 48%인 3792만 명이 이번 정책의 영향권에 있다. 이 중 4분의 1만 둘째를 낳아도 향후 5년간 950만 명의 아기가 더 생겨난다.

 이에 따라 유아용품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기저귀 등을 생산하는 제지업체 C&S 페이퍼는 선전(深川) 주식시장에서 발표 이후 20일까지 18.5% 올랐다. 둘째까지 생기면 피아노 같은 고급 악기 수요가 늘 거라는 기대감에 하이룬피아노는 30% 가까이 뛰었다. 이유식 및 장난감업체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콘돔과 경구피임약을 생산하는 휴먼웰헬스케어는 상하이(上海)증시에서 2.2% 떨어졌다.

 파장은 태평양 건너 미국 곡물시장에도 기대감을 안겼다. 브루스 밥콕 아이오와대 교수는 “유제품 공급을 위해 소 사육을 늘려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료 곡물 수요가 늘 것”이라고 WSJ에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700만t의 옥수수와 6900만t의 콩을 미국에서 수입했고 대부분을 사육사료로 사용했다.

 신생아 예방접종 등 의약품 수요도 기대된다. 제약 분야 시장조사업체 IMS인스티튜트는 중국 의약품 시장이 정부 주도의 의료 서비스 확충에 따라 매년 14∼17%씩 성장할 것으로 19일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2017년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약품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내년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050조원)를 넘어서게 된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