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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스더』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재훈씨의 창작「오페라」 『에스더』가 정재동 지휘, 서울시향 오현명 연출로 악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초연되었다. 불모지로 알려진 창작「오페라」계로서는 하나의 커다란 수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오페라」의 소재로 사용한 「에스더」는 주지한대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종교문학이다.
따라서 기왕 창작이라면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수난을 겪고있는 우리로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다. 물론 이 「오페라」는 서구전통의 기법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비교적 짜여진 양식감에서 무대균형이 잡혀있고 극의 흐름을 3막으로 구성한 희곡적인 요소도 충분히 고려한 점, 그리고 가사의 억양처리가 무난한 점등으로 대본작자의 노력을 높이 사야겠지만 「이스라엘」 민족의 박해와 수난의 과정을 좀더 강조해서 「에스더」로 하여금 목숨을 던져 겨레를 구해야할 어떠한 필연적인 상황을 부각시켰더라면 보다 극적 「시추에이션」이 살수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출연자들은 거의가 젊은 신인들을 기용하고 있는데 역시 연기력이 미숙하고 발음과 억양이 명확치 못한 사람이 많았지만 모두 열의를 가지고 무대에 임하고 있었다. 음악은 풍부한 선율미와 다채로운 화성의 색조로 무대의 극적 분위기를 잘 조화시켜 주었다.
여하튼 이번 『에스더』공연은 창작 「오페라」의 초연으로서는 많은 청중동원도 그렇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김형주<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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