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로 밤을 지샌 산악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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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호섭씨 집>
김호섭씨(29·등반대장)의 사망이 확인된 14일 밤 경기도 고양군신도면구파발리86의11 김씨 집에는 3명의 누이, 2명의 매부, 형수 등 20명의 산악가족이 한자리에서 침통한 밤을 지새웠다.
작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아들을 잃은 아버지 김병훈씨와 어머니 이선돈씨는 각각 안방과 건넌방에 누워 있었고 호 섭씨 부인 조미자씨(26)는 영원히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규석 군(2), 혜 은 양(1)을 끌어안은 채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줄 몰랐다.
어머니 이씨는 지난 3월26일자 아들의 편지에서『「컨디션이 퍽 좋습니다. 예정보다 빨라 4월10일쯤 정상을 정복할 것 같습니다. 정상의 태극기는 제가 꽂도록 돼 있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해왔다면서 바로 구파 발 장로교회로 나가 아들의 무사고를 비는 기도를 올렸다.
자정이 넘자 아버지 김병훈씨는 건넌방에서 가족들이 모여있는 방안으로 나와『우리는 산의 정기를 너무나 사랑했고 그래서 산에서 젊음을 스스로 바친 산악인의 가족이다. 이런 때 더욱 용기를 내야한다. 너무 피로들 하지 말라』며 눈을 붙일 것을 종용, 기자들에게도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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