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공해의 산 증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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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즈음 만성적인 눈의 피로와 충혈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유난히 많아졌다.
이들 가운데는 특히 도시생활을 하는「샐러리맨」들이 대부분이어서 나는 서울의 오염된 공기가 눈의 충혈과 여러 가지 눈병의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지난 연초부터 서울시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1백5명의 운전사와 지방민 1백50명을 대상으로 오염된 대기가 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추측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지방민에 비해서 서울시내 운전사는 눈의 충혈과 만성결막염의 유 병 율이 3배나 더 많음이 드러난 것이다.
더 우기 조사대상이 된 서울시내 운전사의 대부분(89%)이 눈물·눈꼽·가려움·이물감 ·시력감퇴·안통·눈이 부심·건조 감·불쾌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어 문제는 자못 심각한 것 같다.
물론 서울의 오염된 대기가 직접 눈을 자극해서 이러한 현상을 초래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서울의 대기오염은 허용한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데이터」가 이미 밝혀져 있고, 그러한 오염된 대기 속에서 운전하는 서울시내 운전사들에게서 지방민보다 3배의 눈병이 발견된 사실이 객관적인 근거 이상으로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눈을 자극하는 오염물질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아황산「가스」, 「오존」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인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중에서 자외선에 의해 광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긴 산화성물질「옥시던트」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의를 환기시키고 떠들어도 우리네 보건당국은 못들은 것만 같으니 서울의 공기는 아직도 견딜 만 하다는 것일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존귀함을 아는 성의 있는 보건행정이 아쉽다.
이상욱<「카톨릭」의대 안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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