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형이 된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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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도 친구들과 모이기만 하면 학교시절로 되돌아가 마냥 지껄이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또 헤어질줄 모르며 웃고 즐기건만, 어언간 우리 집 첫째 개구쟁이의 학부형이 되었다. 처음 입학식 무렵엔 마음이 들뜨고 흐뭇해서 꼭 수학여행 떠나기 전날 같이 잠도 안 오고 이상스러웠다.
벌써 입학한지 한 달이 지났다. 선생님이 가르치셨다면서 대문간에서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를 할 때는 어찌나 의젓한지 놀랍기도 하다.
집안에서는 그렇게도 말을 안 들어 성화를 부리던 아이가 선생님 말씀이라면 아주 잘 듣고 실천하려고 제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이 역력하다. 오늘은 학교에 갔더니, 엄마얼굴 그린 그림이 벽에 붙어 있었다.
저것이 정말 우리 집 개구쟁이 솜씨인가 하고 놀랄 정도로 잘 그려진 것 같다. 다른 엄마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겠지. 옆에 서서 벽에 뭍은 그림을 보고 있는 엄마 모습을 내 모습인양 보기도 했다. 벌써 잘된 그림으로 뽑혀서 벽에 붙여있게 된 것이 대견스러웠다.
창피스러운 줄도 모르고 학교에서 일보는 아저씨의 욕을 먹어가면서 교실공부가 시작되었는데 목을 내밀고 들여다 보게되니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여기실지 쑥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제는 빵이라도 구워놓고 먹을 것 찾을 아이를 기다려야지.
조정은<서울시 성북구 창 동 산119의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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