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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무기의 폐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영-소등 세계 74개국 대표들은 10일 미국무성에서 회동,「제네바」군축회의에서 타결된 생물학적 무기 금지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모든 세균학적독성무기의 개발·생산·저장을 금지하고, 이런 무기의 폐기를 규정한 이 조약은 2차대전후 처음으로 기존무기의 패기를 초래하는 국제협약이기 때문에 군축역사상 하나의 획기적인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이 조약은 미-영-소를 포함한 22개국의 비준이 끝나는 대로 발행키로 되어있다.「프랑스」나 중공 등이 이 조약에서 제외 된 것은 이들 두 나라가 60년대 핵 금 협정 성립당시부터 독자적인 군축 안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지, 생물무기금지조약 자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조약은 이미 조인한 74개국 이외에도 참가국이 더 늘어나 하나의 보편적인 세계조약이 될 공산이 크다. 문제의 생물학적 무기란 세균학적 독성을 전쟁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무기를 가리키는 것인데, 그것은 순식간에 전투원, 비전투원을 막론하고 인명과 기타 생명을 대량 살상할 수 있고 또 한번 감염되면 인체는 치료 불가능한 상태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정도로 잔인한 것이므로 오래 전부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그 금지가 요망되어 왔다.
2차 대전 당시 연합군과 구축 국간에 사투가 벌어지고 또 일본이나「나치」독일이 극비리에 세균무기를 개발 생산하여 그중 일부를 실제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군 측이 끝까지 그 생산과 사용을 자제한 것은 아무리 전쟁기간 중이라 하지만 생물무기가 인도의 기본적 요구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무기 금지조약은 비단 세균부기의 개발·생산·저장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무기의 폐기를 약속했다는 점에 있어서 지난날의 핵실험금지협정보다도 훨씬 차원이 높은 것이다. 오늘날『핵「미사일」의 포화상태』성립은, 핵과 「미사일」로 하여금 전쟁의 수단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하지만, 핵 보유강대국들이 인류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세계평화와 인류의 안전에 대한 중대위협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강대국은 비단 핵실험의 금지뿐만 아니라 그 개발·생산·저장을 금지함은 물론 기존 핵무기의 폐기까지를 약속하는 협정의 체결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소이 이다.
생물학적무기 금지조약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결심시키는데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이 협정은 실질적인 군축의 첫 번째 폐쇄적인 조처인데다가, 이 협정에 미-소 등 핵 대국을 비롯, 74개국이나 되는 많은 나라들이 조인했다는 것은 인류의 평화에 대한 열 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워싱턴」의 조인석상에서「닉슨」미대통령은 이 조약이『한가지 목적, 즉 평화를 위한 수단』이라 지적하고, 모든 국가가 무력행사를 포기할 것을 촉구하면서 현대 국들은 외국들의 인접국침공을 고무해서는 안된 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명은 비단 현재 미국이 놓여 있는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본원리를 천명한 것으로서 경멸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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