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변호사 비리,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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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변호사업계의 불황이 심해지는 가운데 변호사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과거 수동적으로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의뢰인 피해를 막고 변호사 전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검찰 수사를 받던 4대 강 사업 설계·감리업체 경영진에게서 5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모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수사 검사에게 부탁해 사건을 잘 마무리하도록 해주겠다”고 속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는 해당 검사와 친분이 없었 다고 한다. 앞서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판·검사 로비를 이유로 구속 피고인 가족에게서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최근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된 변호사들의 혐의를 보면 ▶승소금을 의뢰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인도네시아 왕실 자금을 투자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받거나 ▶수감자에게 돈을 받고 담배를 전달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호사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데 있다. 법률신문이 대검 범죄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범죄 혐의로 입건된 변호사는 544명이고, 이 중 사기·횡령 등 재산범죄에 연루된 변호사는 238명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각각 45%, 65%씩 증가한 수치다. 로스쿨 등을 통해 매년 2000명씩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업계 불황을 가중시킨 탓이 크다. ‘배고픈 변호사는 사자보다 무섭다’는 미국 변호사업계의 속설이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변호사단체와 법조윤리협의회가 힘을 모아 정확한 실태 조사와 함께 적극적인 징계 조치에 나서야 한다.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지원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변호사법 제1조)하는 것이다. 변호사 비리가 만성화하면 자칫 변호사 직종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 변호사들 자신이 경각심을 갖고 법률시장 정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