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줄'의 심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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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서 9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일본 도쿄에 처음 갔습니다. 한 달쯤 머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줄’이었습니다. 뭐 대단히 맛있거나 유명한 집 같지도 않은데 백화점 안의 웬만한 식당 앞엔 항상 기다리는 줄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만 해도 한국에선 밥 먹으려고 그렇게 긴 줄을 서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니, 식당만이 아니라 사실 어디서도 한가하게 줄 서는 모습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땐 성질 급한 한국인과 달리 일본인은 참을성이 많은 민족성을 갖고 있나 보다 하고 얼핏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현재, 한국인이 길게 줄을 섭니다. 일본 롤케이크 하나 먹겠다고 20~30분씩 기다리길 마다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한여름 땡볕 아래서 30~40분씩 기다립니다. 또 널린 게 커피전문점이고 카페인데 밀크티 한 잔 마시겠다고 백화점 문 닫는 시간까지 매장 앞에 긴 줄을 만듭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독자 여러분은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줄을 서서 뭔가를 사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뭔가가 여러분으로 하여금 줄을 서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은 혹시 안 하시나요. 이번 주 江南通新 커버스토리는 바로 이 줄서기 현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습니다.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한번 읽어보시죠.

 또 6~7면 인터뷰 지면에선 요즘 가장 ‘핫’한 먹거리를 소개하는 강남 주요 백화점의 식품 바이어를 만났습니다.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달콤한 디저트를 놓고 백화점들이 벌이는 전쟁의 이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엄마의 교육 리포트’(10~11면)도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독일의 힘은 교육 시스템, 특히 공교육에서 나온다는 걸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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