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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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벚꽃놀이를 위해 오늘부터 창경원은 밤10시까지 문을 연다.
벚꽃을 보러 사람들은 창경원을 찾기 전에도 우이동 등에 몰렸었다. 우이동 벚꽃에는 고사가 얽혀 있다.
3백년 전 효종이 북벌을 계획했을 때 궁재로 사용하려고 벚꽃나무를 우이동 쪽에 심었다는 것이다.
일설에는 또 이계 홍량호가 일본가는 통신사 조서 편에 벚꽃묘목을 가져오게 해서 재배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암 문일평에 의하면 이계의 문집에는 그런 얘기가 전혀 적혀 있지 않다고 한다.
벚꽃은 꼭 일본에만 피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제주 국에서는 벚꽃의 원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남해의 어느 무인도에서도 여러 그루의 고목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니 벚꽃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벚꽃은 원래가 자미료에 속하는 식물로 북반구의 온대지방에서는 널리 퍼져있다. 인도의 「히말라야」 산복 해발1천5백m의 고처에도 홍산앵은 피고 있다. 중국의 사천지방에도 야생 벚꽃이 있다. 그런가하면 구주에도 「체리」(cherry)라는 나무가 있다.
모두 벚꽃에 속한다. 벚꽃에는 워낙 종류가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도 20, 30종이나 된다. 그 중의 하나는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대영 백과사전에도 적혀있다.
그러나 우리가 완상 하는 벚꽃은 식물학에서 「재퍼니즈·체리」라고 따로 부르고 있는 식물이다. 이게 예전 우리 나라에는 거의 없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멀리 삼국시대 때부터 꽃을 노래한 재자가인도 많았다. 꽃 이름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동시선><삼국유사><청구영언><교주가·곡집>그 어느 시문선을 들춰봐도 벚꽃을 노래한 구절은 나오지 않는다.
아름다운 꽃에 대한 심미안이 옛 이라고 달라질 까닭은 없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벚꽃이 없었거나 있어도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찾던 텁텁한 멋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시 벚꽃은 일본사람들의 꽃이다. 그들처럼 이 꽃을 즐기는 국민은 없다. 그리고 거기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막말시대부터 그들은 벚꽃을 무사의 풍류만이 아니라, 이른바 「대화혼」과 의식적으로 결부시켜왔다. 이를테면 일본의 국수사상의 상징으로 벚꽃을 삼았던 깃이다.
올해에도 벚꽃을 안주 삼아 봄 놀이하러 사람들은 창경원에 몰리고 있다. 사실은 꽃을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 피기 전이 아니면 진 다음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저 갈곳이 마땅찮아서 가는 것뿐이다. 즐길게 없어서 모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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