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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판「연합적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연합적군」파의 잔인 무도한 「린치」살인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번엔 다시 「터키」의 극좌도시「게릴라」TPLA(「터키」인민해방군)에 의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기지의 「레이다」기술자 3명의 납치살해사건이 일어나 다시 한번 세인의 경악을 자아냈다. 납치범들은 인질로 억류한 영국·「캐나다」인 기술자 3명을 사살한 뒤 자기들도 폭탄자살, 그 가운데 9명이 몰살하고 주모자「엘토를·큐르크티우」란 자만이 살아남았다. 이 처참한 난동사건의 저변에는 오늘날 「터키」가 겪고있는 사회, 정치적 격변과 혼란이 암류 하고 있다,
TPLA는 극좌「데브·겐치」(혁명 청년연합)란 과격단체내부에서도 직접 「테러」행동을 우선시키자는 「터키」판 연합적군파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인 「큐르크리우」는「데브·겐치」의 중앙 집행위원장으로서 원래는 군사행동에 반대했었으나 최근에 동료3명이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이들을 구출할 목적으로 폭력행동에 나서게 됐던 것.
사형을 대기중인 옥중 조 3명은 모두 TPLA 간부로서 작년3월 군부의 정치개입을 유발한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던 미군병사 4명의 납치사건을 주동한 자들이다.
이들이 미군병사들을 살해하지 않고 그냥 석방했는데도 이처럼 최고형을 받은 것은 작년5월 「이스라엘」의 「엘롬」총영사 납치살해이후 연이은 TPLA의 폭력을 발본 색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외국인 기술자와 함께 자폭한 범인가운데는, TPLA의 주모 급 인물이며 「앙카라」의 중동공과대학 구내에서의 경관 대와의 총격전과 끈질긴 도망행각의 명수로 알려진「마힘·카얀」(27)과「사페트·알프」도 끼어있었다.
그렇다면 이들 극좌 공산폭력단의 주동자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주동자 「큐르크티우」는 자기들의 목적이 「터키」를 미국, 자본주의, 봉건주의로부터 구하는데 있다』 고 떠버리고, 그러한 운동을「마르크스」「레닌」모택동 호지명 「체·게바라」의 노선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설친 일이 있다.
그리곤 「터키」의 정정에 대해서는 이들은 군부내의 일부가 「리비아」형의 진보적 「쿠데타」를 계획하다가 보수파에 진압된 사정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극단적인 보수 군사정권이 대두할 조짐이 보인다고 자기 나름대로의 진단을 했다.
「엘룸」총 영사 살해사건 이후「데브·겐치」는 불법화되고, 「큐르크티우」는 지하로 잠복, 군부지도하의 집요한 추적수사에 좇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 당시「마힘·카얀」도 5천 내지 1만 명의 피 검거 자 속에 끼어 사형을 구형 받고 있다가 탈옥하여, 기묘한 잠적생활을 하면서 이번의 납치사건을 주도했다고 한다.
「카얀」은 「이스탄불」의 군 형무소의 하수도관을 통해 탈옥한 뒤 계속 총격전으로 응수하면서 군비의 추적을 벗어나곤 했다.
흑해연안의 NATO기술자숙소를 일요일에 덮친 「카얀」「큐르쿠티우」일당은 인질들과 옥중동료의 교환을 요구 해왔으나 정부는 이를 거부, 「토카트」와「우녜」지방일대를 중심으로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끝에 범인들의 자폭으로 사건은「그로테스크」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들의 과격한 폭력난동은 「터키」연합민주주의의 무력화와 사회개혁안을 둘러싼 보수·진보 파의 대결, 그리고 군부 내 극우파의 정치개입이라는 일련의 만성적 정치 의지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에림」내각은 농지개혁·경제재건·법과 질서의 회복을 내걸고 등장했으나 보수당인 정의당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쳐 주저앉았다. 71년3월이래 1년 동안 물가와 세금은 갑절로 뛰어 오른 데 다, 공표 된 실업자수만 2백만(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지만) 그리고 북부 소련과의 접경지대에 사는 빈농들의 극심한 생활고는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암울한 사회현실을 온상으로 도량하기 시작한 극좌「테러리스트」들의 폭력행위를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한 데에 군부정치개입이 유발된 원인이 있었다. 이제 군부의 입김을 강하게 쐬고있는 무력한 문민정권은 「법과 질서」의 유지에 강력한 정책을 쓰고 있으나 폭사한 범인들의 유서가 『우리들의 순교에 만족한다』 고 발악하고있는 걸로 보아 「터키」정정의 앞날은 낙관을 불허하는 상태라 하겠다. <「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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