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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맞는 세기의 지휘자|스토코프스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오는 4월 18일로 만90세를 맞는 세기의 거장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씨는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뉴요크의 한 모퉁이에 살면서 지도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번 케네디·센터의 연극회에서 미국청중들을 다시 한번 열광케 했던 그는 아직도 복잡한 오키스트러의 여러 가지 음속에서 조그만 거슬림이라도 있으면 용서 없이 정확하게 지적해낸다. 최근 무소르그스키의 『전시회의 그림』을 지휘하면서 베이스·드럼의 소리가 거슬려 몇 번씩 연습을 중단하고 결국 타봉을 바꾸게 했던 그는 『모두 이 귀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장담한다.
항상 새로운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그는 음악의 녹음뿐 아니라 녹음기술의 개선에도 개척자적인 역할을 해왔다.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를 26년간 이끌어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았던 그는 말러의 심퍼니 제8번, 스트라빈스키의『봄의 제전』초연 등 프로크피에프 쇤베르크 쇼스타코비치 등을 미국에 소개했다.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생활에서도 시간을 매우 아끼는 듯 그는 인터뷰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고, 또 세 번씩이나 이혼한 경력을 가진 그는 가정생활에는 일체 입을 다물고 『음악만이 나의 모든 것』이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30년 전 음악가들이 스트코프스키가 저명한 작곡가들의 원 악보를 자기 멋대로 고쳐 연주했다고 비난한데 대해 그는 약간의 수정을 가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작곡가들은 평생을 두고 작곡에 종사해 왔겠지만 나는 평생을 두고 악기와 오키스트러에 종사해왔다』고 오히려 자신하고 있다.
『베토벤과 브람스는 악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라고 말한 쇤베르크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는 작곡가들도 악기에 대해서 연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오키스트러의 악기들은 모두 다른 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모르는 작곡가들이 악기가 연주해 낼 수 없는 음을 요구할 때 악기와 연주가는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프랑크의 D단조 심퍼니에서는 파고트에 낮은 B플랫인 음을 그것도 피아니시모로 요구하고 있지만 파고트는 성질상 이 음을 절대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차이코프스키의 심퍼니는 바이얼린이 내야 할 F샤프 음을 파고트에 요구하고 있는데 그는 오키스트러의 전 바이얼리니스트들에게 G현을 재 조율시켜 그 음을 내게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연주자와 악기, 지휘자, 그리고 작곡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며 이때 지휘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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