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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극은 없었다 … 올해의 선수 박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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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인비(오른쪽)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했다. 18일(한국시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에서 올해의 선수상 경쟁을 벌였던 수잔 페테르센과 인사하는 박인비. [과달라하라(멕시코)=게티이미지]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18일 새벽(한국시간)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했다. MVP에 해당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건 한국 선수 중에서 그가 처음이다. 박인비는 “그렇게 잘하는 한국 선수가 많았는데 내가 처음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메이저 3연승과 그랜드슬램 도전으로 전 세계 골프의 주인공이 됐던 박인비가 이제야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한 것이 더 놀랄 일이다.

 LPGA가 PGA 투어처럼 선수 투표로 결정했다면 US 여자오픈 우승 직후 박인비의 수상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에 비해 몇 배나 중요하고,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박인비의 업적은 LPGA 투어 역사에 남을 만한 활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PGA 투어는 대회별 성적에 따라 점수를 주는 시스템으로 올해의 선수를 정하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접전이 벌어졌다.

 그동안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매우 뛰어났지만 더 잘한 선수와 시대를 함께한 탓에 MVP가 되지 못했다. 박세리(36·KDB)는 안니카 소렌스탐(43·스웨덴), 카리 웹(39·호주)과 겨뤄야 했다. 신지애(25·미래에셋)도 2009년 상금왕이 될 때 로레나 오초아(32·멕시코)에 가려 올해의 선수상을 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인비가 약한 경쟁자 사이에서 MVP가 된 건 아니다. 올 초 청야니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는 올 시즌 3승을 했고, 톱 10에 17번 들었다. 수잔 페테르센(32·노르웨이)은 하반기 불꽃 샷을 치면서 올해의 선수상 점수에서 박인비 턱밑까지 쫓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소렌스탐, 오초아, 청야니, 박인비라는 4명의 선수 뒤에 2인자를 했는데 이번엔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큰소리를 쳤다. 페테르센은 한국 선수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박인비에게도 두 차례나 역전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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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페테르센과의 맞대결에서 박인비는 MVP를 확정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골프장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에서 두 선수는 한 조로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했다. 박인비는 그랜드슬램이 좌절되면서 컨디션이 떨어졌지만 올해의 선수상이 걸린 맞대결에선 올 초 메이저 3연승을 할 때처럼 침착했다. 2번 홀 페테르센이 보기를 할 때 박인비는 버디 퍼트를 쑥 집어넣어 2타 차로 앞서갔다. 페테르센은 이후 버디 3개를 잡으며 쫓아왔지만 15번 홀에서 보기를 했고, 이때 박인비가 버디를 잡는 바람에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

 우승자는 16언더파를 친 알렉시스 톰슨(18·미국)이었다. 박인비는 이날 3언더파 합계 11언더파 4위, 페테르센은 10언더파 공동 5위였다. 한발 앞선 박인비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성적과 상관없이 올해의 선수가 됐다.

 박인비는 “한국 골프사에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아 영광이며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와 페테르센과 함께 경기해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한 오늘이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또 “올해 세운 목표인 올해의 선수상을 탈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전반기 성적이 좋아 시즌 마지막까지 힘든 레이스가 될 줄은 생각 못했다. 하지만 너무 빨리 결정된 것보다는 마지막까지 와서 끝낼 수 있게 되면서 느끼고, 배울 점이 참 많았다. 그 점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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