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꽹과리 치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3월의 마지막 휴일인 어제 26일 교외는 상춘객으로 붐볐다. 고궁에만도 3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다.
따스한 봄 날씨였다지만, 아직 꽃은 없다. 상춘이랄 것도 없다. 흥겨워 할 것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꽹과리를 치고, 장구를 두드리며 놀던 행락객들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중의 몇 명이 즉심에 걸렸다.
무엇에 그리 흥이 겨워 꽹과리를 마구 쳐댔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말을 배우기 전부터 춤을 추었다. 말 이전에 춤이 있었고, 말 대신에 춤이 있었다. 그런 춤의 율과 흥을 돋우는데 우리는 예부터 장구를 썼다.
그러니 장구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뭣 보다도 오래, 그리고 또 잘 표현해주던 민속악기였다고 할 수 있다.
장구는 요고·장고·장고라고도 했다. 그 오른편쪽은 말가죽을 덮어씌운다. 그것을 참 댓가지의 채로 치면 고음이 나온다. 장구의 왼편쪽은 소가죽을 덮어씌운다. 이것을 손으로 치면 저음이 난다.
이리하여 고·저의 복성 박자의 장단 「리듬」에서 가락이 생겨난다. 우리네의 전통적인 춤과 노래는 모두 이런 가락으로 엮어져 나왔다. 따라서 장구는 비록 그 전래는 중국이라지 만, 우리네「무용」의 역사만큼이나 긴 세월을 두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다.
장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꽹과리이다. 장구는 꽹과리에 비기면 한결 단아한 맛이 난다. 그러기에 승무나 무무에서도 장구를 쓸 때가 많다. 장구에서 풍류를 연상하는 것도 예부터 화류계와 가무에서 장구를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구에 비겨 꽹과리는 그저 소박하고 명랑하기만 하다. 민속의 흙 냄새가 물씬거린다. 장구와는 달리 누구나 손쉽게 칠 수 있다. 그러기에 무무나 농악에서는 꽹과리를 빼놓을 수 없다.
후한서의 위지한조에 보면「기무 수십 인구기 상수답지저앙 평족상응절주 유개탁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마 이때부터 이미 꽹과리와 비슷한 악기를 농악에서도 썼던 것 같다.
기쁠 때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춘다. 그리고 흥취를 돋우려면 아무래도 악기가 필요하다. 겨우내 도심의 먼지와 소음 속에 갇혀있다 야외로 나오면 절로 춤도 추고 싶어질 것이다.
이때 가장 민속적인 장구와 꽹과리로 흥을 돋우겠다는 것을 그리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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