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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기 3중전회는 ‘시진핑 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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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어려우면 바꾸고, 바꾸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라는 『역경(易經)』의 구절처럼 난관에 부딪힌 중국이 ‘변법(變法)’이란 카드를 꺼냈다.
중국공산당 제18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통과된 ‘전면적인 개혁 심화의 몇 가지 중대 문제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정(이하 결정)’이 바로 변법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2만여자 60개 조항의 ‘결정’을 ‘시진핑 변법’으로 명명하고 나섰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역사상 변법의 선례를 끄집어 내며 성패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상앙(商?)의 변법부터 왕망(王莽), 왕안석(王安石), 장거정(張居正), 강유위(康有爲) 변법 등….

쉬샤오녠(許小年) 중-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경제학교수는 최근 내부강좌에서 “성공한 개혁이 중국 역사에 끼친 영향은 성공한 혁명보다 컸다”며 “파이를 키우지 않고 이익의 재분배에 그친 개혁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의 모든 현행법에 우선한다. ‘결정’과 모순되는 현행법은 모두 개정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헌도 머지 않아 단행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구절구절 개혁이고, 한자한자 심도가 있다(句句是改革 字字有力度)”는 인민일보의 보도처럼 ‘결정’은 향후 10년 중국의 모든 것을 결정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이번 ‘시진핑 변법’은 중국 리더십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변법으로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교수가 찬양해 마지않던 중국식 ‘집단총통제’가 끝나고 시진핑 독주시대가 시작됐다는 조심스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가 3중전회에 모습이 보인다면 그들이 시진핑의 권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4일 전망한 바 있다. 같은 기사에서 FT는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리웨이둥(李偉東)의 말을 빌어 시진핑은 중국식 집단지도체제를 끝내고 1인 지도자(paramount leader)를 선호한다며,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을 잇는 카리스마적인 정치지도자(Charismatic political boss) 시대로의 귀환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마오쩌둥, 덩샤오핑을 잇는 리더십에 있어서 ‘차이나 3.0’의 시작을 이번 3중전회가 보여줬다는 의미다.

“담모퉁이의 매화 몇 가지(牆角數枝梅), 추위 이기고 홀로 피었네(凌寒獨自開).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네(遙知不是雪),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는구나(爲有暗香來)”

송(宋) 신종(神宗)과 개혁을 추진했으나 보수세력의 반발에 막혀 좌천당한 왕안석이 자신의 심경을 노래한 시다. 시진핑은 왕안석과 다르다. 시진핑 변법은 무섭게 추진될 전망이다. 개혁개방 35년의 중국은 이제 일단락됐다. 새로운 중국이 달려오고 있다. 다음은 상하이 ‘신문신보(新聞晨報)’가 2013년 11월 16일자 1면에 정리한 ‘결정’의 요점이다.

6대 관건
1. 공평한 경쟁의 발전 환경의 점진적 형성
2. 경제 사회 발전 활력의 점진적 강화
3. 정부의 효율과 효능의 점진적 제고
4. 사회의 공평과 정의 실현
5. 사회의 조화와 안정 촉진
6. 당의 지도능력과 집정능력 제고

5대 고려 사항
1. 발전의 새로운 요구에 적응한다. 개혁개방을 전면적으로 심화시키는 전략적 임무를 실현한다.
2. 개혁을 뼈대로 삼는다. 전면적 개혁 심화의 새로운 조치를 부각시킨다. 일반 조치, 중복 조치, 순전히 발전에만 해당되는 조치는 개혁 방안에 담지 않는다.
3. 중점을 확실히 잡는다. 인민 군중의 뜨거운 불만을 일으킨 문제를 잘 해결하고, 인민 군중의 호소와 기대에 대응하며, 중요한 영역과 관건적인 고리를 부각시키고, 경제체제가 개혁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강조한다.
4. 적극적이면서 안전하게 한다. 개혁 조치를 설계함에 배짱은 크게, 걸음은 안정되어야 한다.
5. 2020까지 시간표를 설계한다. 이 기간을 고려해 개혁임무를 제출하며, 2020년까지 중요한 영역과 관건적인 고리의 개혁에서 결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다.

6대 영역
1. 경제
1) 공공재정에 출연하는 국유자본 수익 비율을 2020년까지 30%로 상향한다.
2) 학교, 과학기술연구소, 병원 등 기관의 행정등급을 단계적으로 취소한다.
3) 조건에 부합하는 농업 전이(轉移) 인구를 단계적으로 도시(城鎭) 거주민으로 전환한다.
4) 부동산세 입법과 적시 개혁 추진을 서두른다.
5) 농촌의 집단경영 건설용 토지의 시장 유통을 허용한다.
6) 물, 석유, 천연가스, 전력, 통신 등 영역에서 가격 경쟁을 허용한다.
7) 조건을 구비한 민간자본의 중소형은행 설립 허용한다

2. 정치
1) 노동교양제도 폐지한다
2) 관저제(官邸制: 정부가 주요 고위 간부들에게 주택을 제공해주는 제도) 실행방안을 모색한다
3) 행정구역과 적당히 분리된 사법관리제도 설계방안을 모색한다
4) 사형 적용 죄목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5) 청관(城管:도시질서 유지 인원)의 행정집행 시스템을 정돈한다

3. 문화
1) 언론인의 직업 자격 제도를 엄격히 관리한다.
2) 뉴미디어의 운용과 관리를 중시한다.
3) (정보를) 전달하는 질서를 규범화한다.

4. 사회
1) 독생자 부부의 둘째 출산 허용 정책을 시작한다.
2) 법정 정년 퇴직연령을 점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3) 중점학교이나 중점반을 폐지하고, 전국 통일 시험에서 과목을 줄이고, 문과와 이과 구분을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4) ‘이약보의(以藥補醫: 병원에서 질병 치료보다는 약품판매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행위)’를 폐지하고, 의약품 가격을 정상화시킨다.
5) 기초 연금의 전국적 통합을 실현한다.

5. 생태문명
생태환경을 훼손한 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종신추구제(終身追究制)를 수립한다.

6. 국방과 군대
비전투 기구와 인원을 감소한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차장, 장이원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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