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경제계의 거한 「군인 주식회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월남 경제계에 낯선 「거한」이 나타나 닥치는 업종마다 마구 집어 삼켜 기존 업체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그의 손 닿는 곳이 건축·부동산·운수·은행…등 부지기수인 데다가 매년 증자 액수가 어김없이 3백만「달러」 이상씩은 되고 보면 일반 기업체들이 사색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마치 미국의 어느 초대 재벌을 방불케 하는 이 거한의 정제는 표면상으로는 『장병 상조 저축 기금』이란 이름을 내건 월남의 군인 주식회사.
거한의 뚝심은 1백만 장병으로부터 매월 1백 「피애스터」(한화 약 1백원)씩 『자진 납부』되는 『헌금』이다.
당초 이 기금이 68년 구정 공세 기간 중 월남 정부에 의해 설립됐을 때의 목적은 장병들의 자조를 위한 것이었고 또 장병들도 실제로는 강제로 현금을 공제 당한다 하더라도 월급이 6천∼1만여 「피애스터」는 됐기 때문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따라서 말썽도 일지 않았다.
그러나 때가 지남에 따라 장병들이 현금을 되찾는 경우란 전몰 또는 상이 용사가 되는 길 밖엔 없음을 깨닫게 됐을 뿐 아니라 이 기금이 점차 민간 업체 사이를 비집고 깊숙이 파고 들게되자 경제계는 물론 일반으로부터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군대가 조직을 왜곡 이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에 대해 기금 관계자들은 사람 죽일 소리 말라고 펄쩍 뛴다. 기금 덕본 사람이 벌써 수 천명이고, 전몰·상이 군인 및 가족에게 지급된 돈이 95만「달러」나 될 뿐 아니라 군대 복지 후생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어떻건 이미 막대한 기금의 경제 세력으로 군림한 것만은 확실하다. 「구엔·반·비」 국방상이 명예 회장을, 9명의 군인이 상무직을 맡고 있는 이 기금이 각종 업체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쏟아 넣은 돈이 벌써 1천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 기금 관리에 협잡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주월미 대사관도 이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벙커」 미 대사가 「티우」 대통령을 찾아가 강제 헌금 금지와 저축금 인출 허용을 건의, 「티우」도 오는 5월1일부터 강제 헌금을 금지토록 명령했다. <「타임」 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