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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무부 인사 지침'에 집단 반발] "모두 나가란 말이냐" 항명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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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조직이 요동치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사법시험 14~16회 중에서 4명만 고검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 통보하면서 서초동 검찰청사는 충격에 빠졌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우리보고 다 나가란 말이냐"며 집단 반발하면서 사실상 '항명(抗命)'하는 분위기였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기수만 낮추는 게 개혁이냐"며 비판하는 주장이 우세한 가운데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오후 5시 대검청사 8층 김각영 검찰총장실로 검사장 이상 간부 전원이 모였다. 두시간 전쯤 康장관의 인사 지침을 눈치챈 고참 검사장들이 파격 인사의 부당함을 金총장에게 건의하는 자리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검찰의 의견을 수렴한 상태에서 고위 간부 인사를 하던 관행과 달리 일방 통보식으로 인사 지침을 내린 것도 문제가 있다는 항의가 나왔다.

50분간 회의를 한 뒤 검사장들은 김학재 차장실로 자리를 옮겼고 金총장은 법무부로 가기 위해 청사를 나섰다. 金총장은 법무부 인사지침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고만 언급했다.

오후 6시10분쯤 차장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검사장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같은 시간 대검청사 13층에서는 기획관과 과장.연구관 등 40여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지검에서도 부장검사들이 1~3차장별로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상당수 일선 검사들은 개혁도 좋지만 조직을 지나치게 뒤흔드는 인사는 검찰 조직에 상처를 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지검의 한 검사는 "정부가 개혁을 빙자해 인사를 통해 검찰을 수족처럼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 신뢰를 상실한 검찰 조직에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는 "그동안 검찰이 서열과 기수라는 틀에 묶인, 외부에서 볼 때는 무소불위의 성역이었다"며 "발탁 인사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서열 중심의 경직된 조직 운영이 검찰이 국민의 개혁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변 소속인 김진국 변호사는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열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사로 검찰 조직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고 말했다.

김원배.김승현 기자

<바로잡습니다>

3월 7일자 3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명단 중 사시 17회의 임승관 서울고검 차장의 한자 성씨는 任이 아니라 林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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