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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값 인상의 되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자계 정유회사들은 최근 또다시 원가상승요인을 들어 석유류 가격을 다시 23% 인상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여 정부와 업자간에 협상이 진행중이라 한다.
지난해의 44.5%인상에 뒤이어서 유류 가격인상을 또다시 이처럼 대폭적으로 요구하게된 이유는 ①국제 원유값 8.5%상승 ②석유류세 50%인하계획의 백지화 및 공장도 가격 10.3%인상 계획의 좌절 ③환율상승 ④가격인상 지연에 따른 시차손실 보상 등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유류 가격 인상요구가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로선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게될 영향의 중대성에 비추어 당국은 이 문제를 극도의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다뤄야 한다는 것은 재연의 필요가 없으며, 차제에 다시 한번 「에너지」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외자계 정유회사들이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근거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를 당국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서 이 문제를 타결 시켜야 하겠다. 지난해에 유류 가격을 44.5%나 인상시켜 주면서도 당국은 정유회사의 원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의 원가산출근거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는 한, 가격조정문제는 끝내 일방적인 「게임」이 되고 말 것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자계 정유회사들은 원유에서부터 수송·정유·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거의 완전하다 할 이 만큼 독점하여 은연중 큰 압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전 과정에 대한 내용파악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님은 우리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한 가격 협상은 결과적으로 국민부담을 부당하게 가중시키게 마련인 것이다. 이점에서 모든 저개발국가들이 유류 가격 문제에 있어 항상 이들 국제 「카르텔」에 번번이 이용만 당해왔던 사실을 우리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정책당국은 이른바 연료 현대화 정책이 빚어낸 오늘의 유류 소비 경향과 그에 따른 국제수지상의 결함을 깊이 생각하여, 「에너지」정책의 기본적인 모순을 차제에 크게 시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너지」원인 무연탄 생산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겠다. 당국이 연료현대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산업시설로 하여금 유류를 대체 소비토록 유도함으로써 국내석탄업계는 정유공장의 상륙과 더불어 사실상 사양화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양화의 촉진은 결국 외화낭비로 귀결되었으며, 정유회사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 우리측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우기 석탄채굴은 임금수준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경제수준이 향상되면 향상 될수록 그 채산성이 낮아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우에도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에 석탄채굴을 촉진시켜 국내자원을 활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의 연료현대화정책을 추진했던 점을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시정해야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에너지」정책 및 유류 정책의 시정에 있어 애로가 되는 정유회사와의 외자도입협정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과거 기본협약 체결에 있어 의식적으로 우리의 독자적인 정책전개를 가로막는 조항을 두게 했던 것인데 당초에 저질렀던 이 같은 과오를 언제까지나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자율적인 「에너지」정책의 전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격조정에 있어서도 항상 「핸디캡」을 면키 어렵다는 사실을 당국은 주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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